보이스피싱·전세사기 당한 가장…'마약 운반' 손 댔다가

가족들 잇따라 병원행…외벽청소·대리운전 뛰어도 경제난
큰 돈 벌기 위해 전국 마약 운반…징역 2년8개월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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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보이스피싱과 전세사기 피해를 연속적으로 당해 경제적 궁핍에 내몰린 한 가장이 마약 유통책 가담이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지혜선 부장판사는 6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1억 6240만원에 대한 추징 명령을 내렸다.

A 씨는 마약범죄 조직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서울과 경기도 수원, 대구, 광주 등 전국을 돌며 2175g의 필로폰을 대거 수수하고, 504g을 보관하는 등 이른바 마약 드라퍼(운반책)으로 활동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광주에 거주하는 A 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검은 테이프에 둘둘 감겨 내용물이 확인되지 않는 물건을 배달받아 텔레그램 연락자가 지정한 위치로 배송해주는 일이었다.

A 씨는 일감을 준 익명인에게 "이 내용물이 뭐냐"고 수차례 물어봤고, 익명인은 "단순히 비아그라나 수면유도제다. 걱정말라"고 했다.

A 씨는 의심이 많이 들었지만 경제난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해왔던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데 이어 전세사기까지 당했다.

아내와 아이는 병을 앓았고, 부모마저 긴급 수술을 받아 홀로 각종 수술비·입원비를 책임져야 했다.

그는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도 가리지 않았다. 물류센터 일용직을 하면서 밤에는 대리운전을 뛰었다. 고층 건물 외벽 청소와 시체 닦이 등 닥치는대로 일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미납입에 통장까지 압류된 그는 이런 일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큰 돈을 벌기 위해 결국 마약 범죄 가담이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갔다.

지혜선 부장판사는 "마약류 범죄는 국민 보건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중대 범죄로 최근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번지는 점, 피고인이 전국을 돌며 마약을 운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이 경제적 궁핍으로 범행을 한 점, 부양할 가족이 있는 점,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