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정수장 고장난 밸브 '개통'…자정쯤 '급수 재개'(종합2보)

단수 추산 1만5000가구…흙탕물 제거 후 깨끗한 물 공급
'물난리에 불난리 덮친 줄' 정수장 화재, 놀란 가슴 쓸어 내려

12일 광주 덕남정수장의 정수지 밸브가 고장나 단수 현상을 겪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고장난 밸브를 여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3.2.12./뉴스1

(광주=뉴스1) 박준배 서충섭 최성국 기자 = 광주 덕남정수장의 고장난 송수관 밸브를 여는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날 밤 12시쯤이면 각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원활하게 복구될 것으로 보인다.

◇고장 확인 11시간 30여분만에 밸브 다시 열어…자정쯤 물 공급 재개

12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후 5시30분쯤 고장이 나 열리지 않던 정수지 밸브를 여는 데 성공했다. 작업자 2명이 10m아래 정비로에서 유압 잭으로 밸브를 여는 작업을 1시간 가량 진행한 끝에 밸브를 돌려 열었다.

당국은 밸브가 열린 송수관에 H빔을 용접해 밸브가 다시 닫히지 않게 고정할 방침이다. 송수관 조작은 지상의 컨트롤룸에서도 배수 조절이 가능한 만큼 아예 H빔을 고정하고 밸브 기능을 마비시킨 채 사용할 계획이다.

이후 광주 서·남·광산구의 송수로관으로 물을 공급, 송수로관 내부의 흙탕물을 빼내는 이토작업을 진행한다. 상수도본부는 이날 밤 12시까지 이토작업을 진행하면 깨끗한 수돗물 공급이 정상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봤다.

상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날 실질적으로 단수가 이뤄져 피해를 본 가구는 1만5000세대 5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오후 서구와 북구 일대에서도 단수 조치가 이뤄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용연정수장의 수계계통을 조절해 해당 지역으로 공급하면서 수돗물 지원이 이뤄졌다.

사고 내내 단수가 이뤄진 지역은 광주 119개 블록 가운데 11개 블록으로 남구 덕남정수장 일원, 광산구 송정동 일원, 광산구 소촌동 일원으로 분석됐다.

이정삼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고장난 밸브를 여는 작업이 완료되면서 이토 작업을 진행해 광주 모든 가정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광주 서구와 남구, 광산구에 긴급 단수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1시4분쯤 남구 백운동의 한 가정집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있다. (독자제공) 2023.2.12/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물이 안 나와요" …한때 광주 대부분 지역으로 단수 확대

정수장 밸브 고장에 따른 단수조치는 한때 광주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됐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30분쯤 덕남정수장의 정수지 송수관 입출 밸브에 문제가 생기며 오후 1시부터 서구와 남구, 광산구 지역이 단수에 들어갔다.

덕남정수장은 식수원인 주암댐에서 취수한 물을 약품 처리 등을 거쳐 정수지에 모았다가 18개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보낸다.

덕남정수장 수돗물 이용 시민은 서구, 남구, 광산구 주민 85만명으로 광주시민 145만명의 58%에 달한다.

서구, 남구, 광산구지역은 이날 오후 1시부터 순차적으로 단수에 들어갔고, 오후 2시부터는 광주 북구 일대 병원과 아파트 등에 대해서도 자발적 단수 조치에 들어 갔다.

광주 북구는 안내문자를 발송해 첨단 1지구(대촌,월출,오룡), 첨단 2지구(신용, 연제) 지역 주민들에게 저수조 유입 밸브를 잠글 것을 안내했다.

상수도관 교체 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녹물, 흙탕물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인구 10만의 동구를 제외하면 이날 한때 전체 143만 광주 시민 중 133만 명이 이번 정수장 사고 영향권에 들었다.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들은 물이 급작스럽게 끊긴 상황에 불만을 토로했다.

남구 임암동에 사는 임가연씨(35·여)는 "단수된다는 소식을 40분 전에 안내해 황당하다"며 "주말이라 씻지도 않고 있다가 부리나케 3살, 1살 아이 씻기고 우리 부부도 씻었다. 단수 시기를 조금이라도 일찍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세탁기도 못 돌린다', '가뭄에 계속 물을 아껴왔는데 지자체가 작정하고 물을 끊었다', '집에서 흙탕물이 나온다', '생수를 사러 나갔다 왔다', '언제쯤 단수가 끝나는 거냐', '가게가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 등의 토로 글들이 게재됐다.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광주시상수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쯤 덕남정수장의 수돗물 유출 밸브가 고장 나 배수지로 수돗물 공급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오후 1시부터 광주 남구와 서구, 광산구 등 91만명이 단수 사태를 겪게 됐다. 2023.2.12.뉴스1 ⓒ News1 서충섭 기자

◇"물 한방울 아까운 시기에"…고장 원인은?

이날 송수관 유출 밸브가 고장난 광주 덕남정수장은 한바탕 물바다로 변했다.

한때 덕남정수장 내부 저수지와 회수동에서 넘친 맑은 수돗물이 산기슭을 흘러 내리면서 누런 흙탕물로 바뀌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물은 도로 높이를 넘어 인도까지 넘실거렸고 빠른 속도로 타고 내려갔다. 족히 초당 수백리터는 될 물들이 얼마나 흘러갔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못했다.

물바다가 된 덕남정수장 앞 도로 100여m 구간에 물이 정강이까지 차오르면서 승용차들은 통행하지 못했다.

이번 단수 사태의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으나 '통신망 에러'에 따른 수리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30분쯤 덕남정수장의 통신망 에러가 확인됐고 통신망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정수지 송수관 입출 밸브가 잠겼다.

송수관은 덕남정수장에서 각 거점별 배수지로 보내는 관로다. 1994년 정수장 준공 시 함께 매설했다.

송수관 유출 밸브는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전동식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닫힌 적이 없다고 한다.

통신망 에러로 잠기면서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날 오전부터 수동으로 밸브 개방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매설한 지 30년 가까이 된 데다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보니 녹슬어 복구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오후 광주덕남정수장 2차샘플링 변압기에서 불이 나 정수장 직원들이 자체 진화했다.2023.2.12./뉴스1

◇'물난리에 불난리 나는 줄' 광주 덕남정수장 변압기서 '화재'

하루 종일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물난리를 겪은 가운데 정작 정수장에서는 화재가 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오후 4시20분쯤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여과지 내의 2차 샘플링 펌프 변압기에서 불이 났다. 불길과 연기가 치솟는 것을 본 정수장 직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긴급 소화에 나서면서 화재는 10여분도 안돼 진화됐다.

불이 난 여과지는 1차로 슬러지를 제거한 오수를 침전화 작용을 통해 물을 정수하는 곳이다. 2차 샘플링 펌프를 이용해 슬러지를 제거한 1차 정수를 연구소로 보내 산성도 조사나 탁도 검사를 진행한다.

정수장측은 노후한 변압기가 과열돼 발생한 화재로 보고 별도로 소방 당국에 신고하지는 않았다.

한 정수장 직원은 "하루 내내 물난리로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불난리가 난 건가 싶어 가슴을 쓸어내렸다"며 "불이 난 변압기와 고장이 난 밸브는 연관성이 없는 시설이다"고 귀뜸했다.

zorba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