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풀이 삭감" "독선이 부른 참사"…강기정 시장-시의회 예산 정면충돌

강기정 "의회 예산 심의권 남용…화풀이 삭감"
광주시의회 "강 시장 독선과 아집이 부른 참사"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오전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2회 제2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 참석하여 2023년도 광주광역시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안 등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을 하고 있다.(광주시 제공)2022.12.14/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내년 광주시 본예산 심사가 사상 초유의 '증액 없는 예산'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시와 시의회가 책임 공방을 두고 정면 충돌하고 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의회 예산심의건 남용'이자 '화풀이식 예산 삭감'이라며 비난했고 광주시의회는 '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이 부른 참사'라고 맞받아쳤다.

광주시의회는 14일 본회의에서 7조1102억원 규모의 내년 광주시 일반·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을 의결했다.

광주시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 총규모 7조2535억원을 심사해 세출예산 180건 총 2089억원을 삭감했다. 증액은 없었다.

증액 없이 삭감으로만 본예산을 심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애초 8~12일로 예정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은 14일까지 이어지면서 협상이 장기화됐으나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 예결위 계수 조정…109건과 20건

논란의 핵심에는 시의원들이 요구한 109건의 증액 통보와 시 집행부가 핵심적으로 예결위에 증액을 요청한 20건이 있다.

예결위는 계수조정 과정에서 상임위 증액을 포함해 109건을 늘려달라고 집행부에 통보했다.

집행부는 최초 사업비 50% 이상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109건 중 55건을 부동의했다. 이 안건에는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실국장이 증액에 동의해 의결한 사업이 18건 포함돼 있어 번복 논란이 일었다.

시와 예결위는 다시 수차례 협의를 통해 109건 중 31건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나머지 78건 중 70건은 동의, 8건은 부동의 했다.

시는 예결위가 감액 의견을 제시한 사업 20건 184억3400만원을 전액 부활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예결위는 논의를 통해 셔틀열차 7억5000만원, 공유자전거 타랑께 관련 예산 1억7500만원, 비엔날레 관련 40억원 등 3건은 증액했다. 나머지 사업은 추가 검토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광주시는 20건 전체를 100% 반영하지 않으면 잠정적으로 증액 동의한 70건도 동의할 수 없다고 통보하면서 협상은 결렬됐다.

시의회는 최종 심사일인 13일 밤 집행부 동의가 필요한 109건을 모두 삭감하고 증액 없이 삭감으로만 의결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이 14일 본회의에서 2000여억원의 예산이 삭감된 데 대한 입장을 얘기하며 울먹이고 있다. 강 시장은 "80년 새벽 청소차에 실려온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자는 '망월동 묘역 가꾸기 예산'이 잘려나갔다"며 15초가량 말을 잇지 못했다.2022.12.14/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 증액 없는 본예산 책임 공방

광주시와 광주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증액 없는 본예산'의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강기정 시장은 본회의 발언에서 "여러분이 의결한 2023년 본예산은 예산 심의권 남용의 결과라 생각한다"며 "의회 여러분이 요구한 예산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에 시 집행부가 충분히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화풀이식 예산 삭감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선 8기 새로운 공약 사업과 시민들께 약속드렸던 사업들이 전액 삭감됐거나 아예 반영되지 않은 상태로 의결됐다"며 "이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의회에 있고, 피해는 온전히 시민께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5·18구묘역 예산과 관련한 대목에서는 울먹이며 15초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강 시장은 "80년 새벽 청소차에 실려온 망월동을 외롭지 않게 만들자는 '망월동 묘역 가꾸기 예산'이 잘려나갔다"며 "창업 성공률이 높은 광주를 만들어 활력을 불어넣자는 일자리 예산도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본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시의회와 관계 개선을 묻는 질문에 "관계 개선은 따로 필요치 않다. 자기 위치에서 원칙과 정도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라며 "의원은 심의권을 남용하지 않고 집행부와 동반자 관계를 갖고 집행부는 심의권을 존중하면서 동의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이 14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폐회사를 하고 있다.2022.12.14/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광주시의회도 강하게 받아쳤다.

정무창 광주시의회 의장은 폐회사에서 "삭감 권한이 있는 시의회 입장에서 쪽지 예산 없이 '원칙을 지켜냈다'는 점을 양지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임위 심사 때, 집행부 간부 공무원들이 동의하고 합의한 사업들이 예결위 심사에서 뒤집히고 부동의 됨으로써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와 타협, 상호존중과 소통을 통해 집행부와 시의회 간에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자는 제안도 했다.

광주시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강 시장의 독선과 아집이 부른 참사"라고 맞받아쳤다.

시의회는 "강 시장의 시의회 비난은 10일 동안 치열하게 진행했던 예산심의 과정을 무시한 발언일 뿐만 아니라, 전후 사실 관계를 왜곡한 분풀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의회와 관계 개선은 없다'는 발언은 선전포고"라며 "광주시를 이끌고 있는 행정의 수장으로서의 책무를 망각한 언행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집행부 예산은 무조건 옳고 시의회 예산은 틀렸다는, 오직 나만 옳다는 아집과 독선이 깔린 시각이 엿보인다"며 "강 시장의 눈물이 진정이라면, 행정경험 없는 초보 시장의 정치력 부재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시의회에 대한 선전포고를 거둬들이고 냉철하게 상황을 점검해보시길 권한다"고 충고했다.

내년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예산안 심사가 집행부와 의회간 '책임 공방'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갈등의 골은 당분간 더 깊어지고 현안 사업은 일부 차질을 빚게 됐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