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창극' 연습 도중 내분 휩싸인 광주시립창극단…왜?

예술감독 발언 두고 단원들 내부 갈등
예술관장 사퇴 종용 의혹도 제기…"일부 주장, 사실과 달라"

광주문화예술회관 전경.(광주문예회관 제공) /뉴스1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광주문화예술회관 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이 '5·18'을 배경으로 한 창작극 연습 도중 한 발언을 두고 단원들 사이에 반목이 빚어지고 있다.

5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 따르면 시립창극단은 지난 11월 11~12일 양일간 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창작창극 '망월, 달빛의 노래'를 제57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였다.

공연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4일 연습 중 김규형 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이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지칭했다는 문제가 불거졌다.

일부 단원들은 김 감독이 "5·18 당시 발포명령권자는 없었다"고 언급했고 5·18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지칭했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김규형 감독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형사고발하겠다고 했다.

사퇴를 요구하는 단원들이 생기자 하경완 광주문화예술회관장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지난달 28일 김 감독을 호출했다.

이 과정에서 김 감독이 단원 전체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전체 단원 회의를 진행하면서 모든 단원들이 문제를 알게됐다.

당초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던 단원들은 일부 단원들의 주장이 상당히 왜곡됐다고 판단했다. 계엄군 역을 맡은 배우가 자발적으로 사격할 수 있어 무대 위에 발포 명령권자(를 맡은 배우)가 없어도 된다는 발언이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또 김규형 감독이 '광주사태'라고 지칭한 것은 맞지만, 타 지역에서 와서 혼란이 있었고 이를 현장에서 곧바로 사과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단원들은 일부 단원이 김규형 감독을 몰아내기 위해 말꼬리를 잡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하경완 문예회관장이 김규형 감독에게 '자진 사퇴'를 종용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하 관장과 김 감독의 개별 면담 당시 관장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 '직위해제'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며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예술단원들은 김규형 감독이 '사태' 발언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측과 사퇴를 종용한 하경완 관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측 둘로 갈려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규형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단원들은 현재 예술회관 내부에 플래카드를 걸고 5·18단체와 접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경완 관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단원들은 진상규명 서명 운동을 벌이는 한편 반성과 해명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하경완 예술관장은 <뉴스1> 통화에서 "단원들 양쪽에 분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관장이 감독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은 상당히 어긋났다. 일부 단원의 주장일 뿐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당초 단원들이 문제를 제기했을 때 '회관과 관장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절대적으로 어느 편에 서지 않겠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며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어떻게 감독에게 사퇴하라고 했겠냐"고 단호하게 밝혔다.

그러면서 "입장이 다른 단원들이 부딪히며 창극단이 '정중동(靜中動·고요한 듯 보이나 부단히 움직이고 있는)'의 상태"라며 "관장의 입장에서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 상황이 하루 빨리 나아지기 바란다. 문제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