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결로 공개한 '한전공대 잔여부지 기부 약정서'…특혜 소지는?

시민단체 "'2019년까지 주거용지로 용도변경' 적시는 명백한 특혜"
전남도 "권한 벗어난 내용 없어"…사업자 부영주택 입장변화 주목

한국에너지공대가 들어서기 전 나주 부영CC 모습. ⓒ News1

(나주=뉴스1) 박영래 전원 최성국 기자 = 특혜의혹이 제기된 한전공대(현 한국에너지공대) 잔여부지 개발 약정서가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됐다.

전남도는 "권한을 벗어난 내용이 없다"면서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는 '2019년 12월말까지 골프장부지를 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하는 데 전남도와 나주시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정서에 적시한 것 자체가 명백한 특혜라는 입장이다.

나주시는 잔여부지 개발과 관련해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통해 통상적인 적정한 이익을 보장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자인 부영주택이 향후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전남도-나주시-부영주택 합의서 공개

전라남도와 나주시는 한국에너지공대 설립을 위해 전남도와 나주시, 부영주택이 체결한 3자간 합의서를 지난 8일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은 2019년 1월 체결한 협약서와 2019년 8월 체결한 부지 제공 약정서다.

2019년 1월4일 체결한 협약서는 한전공대 설립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체결한 것으로 부영주택의 40만㎡ 무상증여와 함께 부영주택이 잔여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을 제안할 경우 주거용지 확보를 위해 법적 절차에 따라 주거용지 용적률(300%) 이내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8월9일 체결한 약정서는 부지증여 약정서로 한전공대 부지경계와 증여대상을 확정하고 향후 소유권 이전을 위한 이행사항, 잔여부지의 토지기본계획 및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협약서 공개의 최대 쟁점인 '민간사업자에게 특혜 제공을 약속했느냐' 부분과 관련해 이번 소송을 주도한 광주경실련은 약정서 3번 항목에 적시된 합의문구가 특혜 소지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주거용지로 용도변경 약속이 특혜"

3번 항목에는 '전남도와 나주시는 부영cc 잔여부지를 2030년 나주 도시기본기본계획에 반영해 2019년 12월말까지 용도변경(보전용지→주거용지)이 완료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고 적시돼 있다.

20일 서울 중구 부영빌딩에서 열린 한전공대 설립 부지 기부약정서 전달식.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세중 부영그룹 회장 직무대행 등이 약정서를 들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2019.8.20/뉴스1 ⓒ News1

경실련은 "이같은 내용은 부영골프장 잔여부지 용도변경의 대가로 한전공대 부지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며 "처음부터 골프장인 자연녹지지역을 일반주거 3종으로 용도변경한 것은 사실상 5단계 종 상향을 합의했음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기존 아파트단지의 용적률이 150% 이하에서 175%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300% 이내 용적률 제공'은 과도하다"면서 "향후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골프장 잔여부지에 5천세대 아파트 건설계획 논란

한전공대 부지로 기부하고 남은 골프장 잔여부지 개발 관련한 특혜 논란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월4일 부영주택과 전라남도, 나주시는 한전공대 부지 기부협약을 체결한다. 부영그룹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부영cc 부지 75만㎡ 가운데 40만㎡를 기부채납 방식으로 한전공대 부지로 제공했다.

부영 측의 골프장 부지 무상제공으로 경제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나주 부영cc 일원은 경쟁상대였던 광주 첨단3지구를 제치고 한전공대 입지로 최종 확정됐다.

당시 부영이 최소 감정가 7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에 이르는 골프장 부지의 절반가량을 무상으로 기부한 배경에는 금전적인 반대급부보다는 기업의 사회환원 측면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부영 측은 대학부지로 무상기부하고 남은 골프장 부지 35만㎡에 5000여세대의 아파트를 짓겠다는 계획안을 2019년 10월 나주시에 제출하면서 특혜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부영 측은 '골프장인 녹지의 토지 용도를 고층 아파트 건축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1조원대 개발이익 알려지며 과도한 특혜논란 휩싸여

문제는 사업자 측의 요구대로 토지 용도가 변경돼 아파트 건설이 이뤄지면 사업자는 제반비용을 제하고 최대 1조원의 수익을 얻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과도한 특혜논란에 휩싸였다.

때문에 시민들은 민간 사업자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2일 오전 전남 나주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KENTECH)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한국에너지공대 제1회 입학식 및 비전선포식에서 내외빈들이 비전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2.3.2/뉴스1 ⓒ News1

운영 중인 골프장 부지의 절반을 한전공대 부지로 무상기부한 데 대해 부영 측에 적정수준의 보상은 필요하다면서도 5000여세대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토지 용도를 변경해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입장이다.

이에 광주경실련은 지난해 1월18일 한전공대 부지 기부와 관련한 협약사항 공개를 요구하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전남도는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고, 경실련은 '위법하다'면서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는 광주경실련이 전남지사·나주시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남도지사와 나주시장이 부영주택과 맺은 협약내용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전남도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지난 7월 확정됐고 이에 따라 전남도와 나주시는 합의서를 공개했다.

◇부영주택, 적절한 개발이익·공공성 확보 주목

합의서 공개에도 특혜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발사업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나주시와 사업자인 부영주택이 어떤 최적의 협의안을 도출하느냐에 시선이 집중된다.

특혜논란이 확산하면서 지난 7월8일 윤병태 나주시장직인수위는 시민보고회를 통해 민선8기 핵심과제 해결방안으로 부영cc 관리계획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 확보 방향을 마련했다.

핵심은 부영주택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부지로 무상기부하고 남은 잔여부지를 아파트 건설이 가능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 '사전협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어 나주시는 부영주택이 현재까지 추진한 개발사업 계획안을 모두 폐기하고 향후 '나주시 도시관리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 조례'를 제정한 뒤 해당 사업을 다시 추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해 사업자인 부영주택이 지자체와 시민사회의 요구에 맞춰 적절한 개발이익 취득, 학교와 공원 등 공공성 확충 노력 등에 있어 어떤 전향적인 안을 제시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yr200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