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비? 간에 기별도 안 가"…모내기 논 갈라져 한숨만

전남 올해 강수량 예년에 비해 절반 수준…"지난해 악몽 떠올라"
간척지 주변 '염해 피해' 심각…"쌀값도 떨어져 걱정" 농민 하소연

4일 전남 고흥 도덕면 고흥만 간척지 부근 농지에서 염분 농도 수치가 높아 벼가 노란색을 띄는 '염해 현상'을 보이고 있다.(신형수씨 제공)2022.6.4/뉴스1

(고흥=뉴스1) 전원 김동수 기자 = "(주말 비 소식)10~30㎜요? 택도 없어요. 70㎜ 이상은 내려야죠"

30년째 전남 고흥 도덕면 고흥만 간척지 부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 신형수씨(51)는 4일 주말 비 소식에도 달갑지 않은 목소리다.

올해 전남지역 누적 강수량이 예년(376㎜)에 비해 절반(199㎜) 수준인데다 최근 비가 내리지 않은 탓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농사를 망쳤다는 푸념이다.

염분 수치가 높은 밀물을 끌어와 사용하다보니 초록빛을 띄어야 할 벼가 노란색을 띄는 '염해 피해'를 겪고 있다.

신 씨는 "작년에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며 "벼 12만평 중 10만평이 고사되거나 염해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고흥만 간척지와 가까운 탓에 밀물 염분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해 제대로 된 벼농사를 짓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모내기를 해도 다 말라 비틀어져서 수확도 못하고 농사를 망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말)10~30㎜ 내리는 비가 그나마 다행일순 있지만 솔직히 '간에 기별도 안 간다'"며 "70㎜ 이상은 쏟아져야 한다"고 간절해했다.

인근에서 10년째 벼농사는 짓는 농민 곽용선씨(56) 역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 씨와 비교적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지만 '바닷물로 농사하는데 벼가 잘 자라겠냐'며 고개를 떨궜다.

곽씨는 "인근에 저수지가 없고 주변 담수호에서만 물을 끌어다 쓰고 있다"며 "비가 쏟아져야 끌어온 물에 있는 염분이 희석되면서 벼가 잘 자라게 될텐데, 비가 오질 않아 큰일이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40㎏에 7만원하던 쌀값이 5만원대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농사 짓기가 팍팍해진다"고 하소연했다.

32년째 고흥 포두면 송산리 해창만 일대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중곤씨가 자신의 농지를 가리키고 있다. 김씨는 주말(4~5일) 전남 지역에 예보된 강수량(10~30㎜)보다 비가 더 내리길 바라고 있다.2022.6.4/뉴스1

반면 같은 지역인 고흥 포두면 해창만 일대는 인근에 위치한 저수지가 있어 물 공급량은 충분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어려워지긴 마찬가지라고 노심초사했다.

32년째 고흥군 포두면 송산리에서 벼농사를 하고 있다는 농민 김중곤씨(61)는 "현재는 인근 저수지에서 저장해 놓은 담수를 사용하지만 좋은 물이 아니다. 벼는 비를 맞고 자라야 좋은 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는데 누굴 원망하겠냐만은, 비만 내리면 모른 게 해결된다"며 "주말 예보된 비로는 전혀 해갈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서부권 신안 지역에서 논과 밭농사를 짓는 김모씨는 "1만5000평 규모를 운영하는데 우선적으로 논에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밭농사인 양파가 한창 클 시기에 20일 이상 물을 못 주고 있어 상품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이어 "양수기를 대여해도 물 자체가 없어서 무용지물"이라며 "장마 전까지 많은 비가 쏟아지길 바라는 심정으로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전남지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9.5%로 평년(59.9%)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내기율은 약 58%로 수리안전답 농업용수는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에 따른 올해 누적 강수량은 199㎜로, 평년(376㎜)의 53%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번 주말 4~5일 광주·전남지역 예상 강수량은 10~30㎜다. 이달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이 내릴 것으로 전망돼 기상가뭄이 완화될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보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3월부터 시군, 한국농어촌공사 등과 함께 농업용수 가뭄대책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지역 상황에 맞춰 농업용수 확보 방안을 마련해 농작물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시군, 한국농어촌공사와 함께 농업인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kd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