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사는 어르신들 바람 뭐겠어요?…말동무가 최고죠"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 30가정에 선물 전달
"적적한데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니…너무 고마워"
- 이수민 기자, 이승현 수습기자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이승현 수습기자 =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광주 서구 광천동의 한 주택가. 양손에 선물 꾸러미를 한가득 든 여성이 좁고 굽이진 골목을 익숙하게 찾아 걸어간다. 한참을 걷다가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회색 대문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초인종이 두번 울렸지만 문은 한동안 열리지 않았다. 한참 후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한 할머니가 대문을 열었다.
"아이고 또 왔네, 일주일도 안 됐는데 또 보러왔어!"
다리가 불편한 듯 조금씩 절며 문을 연 할머니 표정에는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슬리퍼 차림의 할머니가 집에 찾아온 여성을 기쁘게 맞이한다.
이날 손님은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의 정다정 과장(32·여). 복지관 직원들은 설·추석 연휴와 어버이날, 생일 등의 기념일에 독거 어르신 가정을 찾아 안부를 묻고 선물을 전하고 있다.
정 과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어버이날을 맞아 문 할머니 댁을 찾았다. 할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보낸 세월이 30년 지났다는 문복순 할머니(92)에게 카네이션과 참외, 건어물 세트가 전해졌다. 참외는 SM마트 내방점의 이재창 사장이 어버이날을 맞아 후원했다.
함께 집으로 들어선 정 과장이 할머니에게 선물을 건네자 문 할머니는 소녀처럼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 문 할머니가 한동안 카네이션 바구니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버이날인지도 모르고 살었지. 근데 꽃이 너무 이뻐. 내가 꽃이랑 화분을 좋아해. 너무너무 예쁘네, 정말 고마워."
할머니가 참외와 건어물 세트로 눈길을 옮겼다. 노랗게 익은 참외 향을 맡던 할머니가 과도로 참외를 깎아 정 과장의 입 안에 넣어준다.
"꽃 말고도 뭘 이렇게 챙겨 왔어. 지난달 내 생일에도 미역국을 가져오더니 오늘은 그냥 오지 그랬어. 그때도 내가 얼마나 맛있게 잘 먹었다고."
복지관은 생신을 맞은 독거노인 어르신에게 직접 끓인 미역국과 선물을 전달하는 '생신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겨우 며칠 만에 다시 만났음에도 정 과장과 문 할머니는 서로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문 할머니는 과거 매일같이 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지금은 무릎 통증 등으로 멀리 이동이 힘들어 정 과장의 방문 없이는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딸 같은 정 과장이 고맙고 미안한 듯 문 할머니는 작은 것 하나라도 챙겨주려 거동조차 힘겨운 몸으로 이리저리 움직였다.
"생일날 가져온 꿀로 꿀물이라도 타 줄게. 이거라도 드셔. 오느라 고생했잖아."
현관을 나서기 전 "할머니 금방 또 올 거니까 밥이랑 챙겨 드셔야 해요"라며 정 과장이 문 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인사를 하자 금세 웃음을 지어 보였다.
문 할머니 집을 나오면서 정 과장은 동행한 취재진에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외로움이다"라면서 "시간 되는대로 자주 찾아가 말동무 해드리는 걸 가장 고마워하신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30가정을 방문해 어버이날 선물을 전달한다. 문 할머니처럼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 말동무도 되어주며 따뜻한 위로를 전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해지고 외부 활동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어버이날을 맞아 선물을 전달하는 건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나마 어르신들께 소소한 위로를 전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월드비전 무진종합사회복지관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지난 4월 시니어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진행하는 라인댄스와 걷기교실을 비롯해 주 2회 운영되는 노래체조와 에어로빅이 있다.
올해 복지관장으로 취임한 주경남 관장은 "복지관이 재개발 지역에 있다 보니 어르신분들이 많다"며 "지역 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시니어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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