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정 발목 '민간공원 특혜' 의혹 무죄…3년 족쇄 풀렸다

'적극행정' 인정 받아 사업 추진 정당성 확보
시민단체 무책임·검찰 무리한 수사·기소 비판

광주지역 최대 민간공원 특례사업 대상인 중앙공원 조성 전과 후 이미지.(광주시 제공)/뉴스1 ⓒ News1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3년 간 광주시정의 발목을 잡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특혜 의혹의 족쇄가 풀렸다.

특혜나 부당한 압력이 아닌 '적극행정'이라는 취지를 법원이 인정하면서 광주시는 억울함을 풀고 사업 추진에 정당성을 얻었다.

아직 상급심 판단이 나온 건 아니지만 민관거버넌스에 참여한 시민단체는 무책임한 의혹 제기와 고발, 검찰은 무리한 수사와 기소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최근 공무상비밀누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시 전·현직 공무원 4명 중 3명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기소된 4명은 정종제 전 광주시 행정부시장, 윤영렬 전 광주시 감사위원장, 이정삼 전 환경생태국장, 광주시 사무관 양모씨 등이다.

정 전 부시장, 윤 전 감사위원장, 양 사무관 등은 무죄, 이 전 국장만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 논란의 시작…중앙공원 1·2지구 우선협상대상자 변경

특혜 논란은 2018년 11월8일 광주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사업 5개 공원 6개 지구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전후로 시작됐다.

중앙공원 1지구는 광주도시공사, 중앙공원 2지구는 금호산업㈜, 중외공원은 ㈜한국토지신탁, 일곡공원은 ㈜라인산업, 운암산공원은 우미건설㈜, 신용공원은 산이건설㈜이 각각 선정됐다.

하지만 발표 이후 일부 탈락업체가 평가 과정의 불공정성을 제기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결과가 발표되기 전 평가 결과가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사전 유출 의혹도 불거졌다.

논란이 일자 시 감사위원회는 의혹 해소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11월16일부터 표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일부 계량평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오류'가 발견됐다.

오류 발견으로 향후 탈락업체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경찰 수사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전체 사업이 좌초할 우려도 컸다.

시는 평가오류를 바로 잡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시 감사위는 2단계 전체 사업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위는 한 달간의 감사 결과를 토대로 '부적정하게 평가된 항목에 대해 제안심사위원회에 상정하고 그 결과에 따라 민간공원 특례사업(2단계) 우선협상대상자를 재선정'하도록 심의·의결했다.

시는 한 달여 뒤인 2019년 1월21일 중앙공원 1지구와 2지구 등 2곳의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

중앙공원 1지구 광주도시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자진 반납하면서 2순위인 ㈜한양이 선정됐고, 중앙공원 2지구는 우선협상대상자가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으로 바뀌었다.

시는 순위가 바뀐 책임이 사업자에게 있다면 재공모 대상이지만, 잘못된 평가를 바로잡은 것이기 때문에 재공모 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당시 정종제 시 행정부시장은 "제안서 평가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 시의 평가 오류를 바로잡고 행정의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사항임을 널리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윤영렬 광주시 감사위원장(오른쪽)이 13일 광주시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민간공원 조성 2단계 사업 특정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2018.12.13/뉴스1 ⓒ News1 박준배 기자

◇ 시의 해명에도 의혹은 계속…광주경실련 검찰 고발

광주시의 해명에도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9년 4월11일 광주시가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2단계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규명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 내용은 광주시 민간공원특례사업 제안서와 평가결과 보고서 유출, 우선협상대상 선정 과정의 이의제기 수용 의혹, 특정감사 실시 과정에서 부당한 외압이나 지시는 없었는지, 광주도시공사 중앙1공원 사업자 반납 이유 등이었다.

검찰은 고발장 접수 후 사전 조사를 마치고 5개월 만인 9월 사건을 수사과에서 특수부로 재배당해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광주시와 시 감사위원회, 광주도시공사, 시 고위간부 자택, 한양건설, 호반건설 등 10여곳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조사를 벌였다.

2020년 1월8일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 부시장과 윤 감사위원장, 사무관 1명을 불구속 기소, 이 전 국장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정 전 부시장 등이 감사위원회의 특정감사를 악용하고 제안심사위원회에 상정해야 할 안건을 누락해 중앙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고 밝혔다.

또 중앙1지구의 우선협상대상자인 광주도시공사를 압박해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반납하게 해 직권남용 행위와 직권남용 과정에서의 허위공문서작성 등 범행을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특혜를 입증할 공무원과 업체 간 유착관계나 금품수수, 특정감사 강압 지시, 직권남용 등을 뒷받침할 결정적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의 직권남용 혐의 등 관련성도 밝히지 못했다.

검찰은 당시 "일부 피고인들이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확인했지만 어떤 범죄가 될만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광주시 민간공원특례사업 비리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관계자들이 2019년9월27일 오후 광주도시공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품이 담긴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9.9.27/뉴스1 ⓒ News1

◇ 재판부, 민간공원 특혜 무죄…시민단체·검찰 무리수 지적

1심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사정만으로는 정 전 부시장과 윤 전 감사위원장, 사무관 양모씨 등이 일부 우선협상대상자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의도와 목적이 있었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방공기업 규정과 사업방식 등을 고려할 때 상당부분 타당하고 건설사 관계자와 친분이나 이해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쟁점별로 보면 중앙공원 2지구 우선협상대상자를 금호산업에서 호반건설로 바꾸기 위해 특정감사를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봤다.

공무상 비밀인 평가 보고서를 유출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는 유출 시점이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보도가 이뤄지기 20분 전후라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낮다고 무죄로 판단했다.

유사사업 실적이나 공원 조성 비용 항목 등이 제안심사위원회 안건 상정 사안인데 시가 자체 평가하고 보고 안건으로 변경한 점도 심사위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시가 평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앙공원 1지구 1순위였던 광주도시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자진 반납하게 한 것도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도시공사는 직접 개발이 아니라 공원부지를 택지로 조성해 민간업체에 매각하는 방식이라 당시 시민단체는 '땅장사'라고 비판했고, 국토교통부도 회의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3년여에 걸친 공방과 의혹 제기, 검찰 수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광주시는 '적극행정'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 기간 행정 전반이 위축되고 차질을 빚는 등 후유증은 컸다.

검찰 수사 장기화로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착공, 광주형 일자리 성사,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등 민선 7기 광주시의 굵직한 성과는 깡그리 묻혔다.

시청 공무원들은 잔뜩 위축됐고 민간공원 사업도 차일피일 늦어졌다. 광주시의 이미지는 '청렴도 꼴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고발장을 제출한 광주경실련 담당자는 고발인 조사를 받고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도 직접 증거를 찾지 못했지만 권리행사 방해죄로 기소하면서 기소권 남용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nofatejb@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