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vs"보충지도"…초등 1년에 점심마다 '명심보감' 필사 논란

학부모 "사전 안내 없어…교육적 책임 져버린 것"
학교 측 "의견 수렴해 교내 교육 제도 도입했다"

광주 남구 한 사립초등학교 1학년생 B군(8)이 옮겨적은 명심보감 필기노트.(학부모 제공)2021.12.28/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광주 한 사립 초등학교 교사가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초교 1학년생에게 점심시간 외부활동을 제한하고 명심보감을 필사 시킨 것과 관련한 논란이 학교와 학부모간 진실공방으로 치닫고 있다.

학교는 '교내 교육 제도에 따라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고지한 보충지도'라고 주장하는 반면 학부모 측은 '고지를 받지 못한 데다 책임 회피를 위한 거짓 해명'이라고 반박하면서 정서적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광주 남구 한 사립초등학교와 학부모 A씨에 따르면 전날 학교는 '학부모 A씨의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학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선생님은 1학년 담임으로서 학교 생활을 시작한 OO군의 학습 습관과 생활 규범 내면화 지도에 노력했다"며 "6개월간 점심시간에 감금했다는 학부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명심보감 필사가 점심시간 내 10~15분 사이에 이뤄진 보충지도이며, 감금은 아니다"며 "보충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학부모들에게 지도 문자를 보냈고, 이런 보충지도는 학생들의 민주적인 절차 과정을 거쳐 도입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1학년은 가정에서 학교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삶이 확대되는 시기이자 학습 습관과 규범의 내면화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며 "학교 생활의 모든 지도 과정을 학부모에게 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광주 한 사립초등학교에서 발표한 '학부모 주장에 대한 공식 입장문'.(학교 측 제공)221.12.28/뉴스1 ⓒ 뉴스1

반면 학부모 측은 사전에 보충지도에 대한 고지는 없었을 뿐더러 언론을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책임 회피를 하는 것이라며 아들이 장기간 정서적 아동학대를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해당 초등학교 1학년생 학부모 A씨는 "2학기가 시작한 8월30일부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19일까지 담임교사에게 받은 연락은 3번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3번의 연락 마저도 외부활동 제한이라던가 준비물, 일기가 미흡하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교육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으면 필사를 시키는 이 학교의 교육 제도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도입됐다고 하는데 만 7세인 초교 1학년생들에게 무슨 민주적인 절차가 가능하냐"고 목소리 높였다.

마지막으로 "학교 측은 이런 교육 제도를 가지고 있었으면 학부모들에게 분명하게 고지했어야 한다"며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담임교사와는 다르게 학교는 이제서야 왜 입장을 번복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광주 남구 한 사립초등학교 1학년생 B군(8)이 쓴 일기.(학부모 제공)2021.12.28/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학부모 A씨는 지난 23일 아들 B군(8)이 담임교사로부터 6개월간 '점심시간 교실 밖 외출금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 B군은 명심보감을 한자씩 옮겨적는 '머쓱이'라는 처벌을 받았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화장실도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A씨와 교장, 담임 교사와의 삼자대면 자리에서 학교 측은 이같은 행위에 대한 이유로 "B군이 미술 준비물을 가져오지 않았고, 일기를 써오지 않아서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교사의 이런 행위가 정서적 아동학대라며 이같은 주장을 입증할 녹취록과 관련 자료를 경찰에 제출해 학교와 교사를 상대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 측은 감금이 아니라 학습 습관·생활 규범 내면화 위한 지도였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를 도입했다고 반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ddaum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