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 사상' 광주 학동 붕괴참사, 예고된 인재…유족 아픔은 여전

[2021 광주전남 10대 뉴스] 재하도급·계약비리로 얼룩투성이
'참사 방지법' 13건 본회의 상정도 안돼…제자리걸음

편집자주 ...다사다난한 2021년 신축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 광주·전남은 코로나19로 2년째 고통이 계속됐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건물 붕괴 참사, 김홍빈 대장 실종 사망, 여수 실습생 사망 등 안타까운 사건도 많았다. 5월 학살 최고책임자인 전두환·노태우의 '진실 규명' 없는 죽음도 시민들에겐 상처를 남겼다. 반면 광주형일자리인 광주글로벌모터스 캐스퍼 출시와 수년간 논란을 빚은 민간공원 특례사업 정상화, 73년 만에 명예회복 길이 열린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등은 희망을 안겼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해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편집자 주]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광주 도심을 누비던 54번 시내버스는 재하도급과 계약비리로 얼룩진 철거 건물에 깔려 돌아오지 못했다.

역사 한 편에 인재로 기록될 '학동 참사'는 유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만을 남겼다.

붕괴원인으로 비용 절감을 위한 무리한 공사 강행이 손꼽혔지만, 송치된 9명을 제외하고는 관련자 처벌은 해를 넘기게 됐다.

여야 정치권에선 사고 직후 추모차 현장을 방문, '학동참사 방지법'을 우후죽순 쏟아냈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17명 사상' 참혹한 잔상…잊을 수 없는 6월9일

지난 6월9일 오후 4시22분 광주 동구 학동 증심사입구역 인근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렸다.

승하차를 위해 승강장에 정차중이던 54번 시내버스와 승객 17명이 매몰됐고, 일대는 폐건물 자재가 도로 곳곳을 나뒹굴며 차량 정체가 빚었다.

소방당국은 포클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해 매몰자 수색에 나섰고, 소방대원은 잘게 부서진 벽돌을 손수 옮기며 구조 작업을 장시간 이어갔다.

5시간이 넘는 수색 끝에 당국은 최종 17명의 매몰자를 구조했고, 이 가운데 9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목숨을 잃었다.

이후 희생자 9명이 버스에 올라탄 저마다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는데, 최연소 희생자인 고교생 김모군(18)의 애달픈 이야기가 전해져 국민들의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다.

광주 동구는 구청사에 시민분향소을 마련, 한달간 운영했고 전국 각지에서 5764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광주 학동 붕괴 참사와 관련해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해외로 도피한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장이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자진 귀국한 후 경찰에 압송되고 있다. 2021.9.11/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붕괴는 결국 '돈 때문에'…인재(人災)정황 속속

사고 발생 직후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경찰은 50여일만에 1차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철거를 위해 쌓은 성토물(흙)과 1층 바닥 슬래브(철근콘크리트구조 바닥)의 두 붕괴가 복합적으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결론지었다.

여기에 하층부 일부를 먼저 철거, 건물 내부에 성토물을 쌓으려면 사전에 구조 검토를 거쳐야 하지만 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

경찰은 참사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현장 감리와 원청회사, 하도급업체, 불법 재하도급업체 관계자들을 줄줄이 입건했다.

또 재개발사업과 관련한 각종 비리 의혹을 받는 관계자들 20여명을 수사해 현재까지 30여명을 입건했고, 9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수주업체와 브로커들 사이에 수억원대의 금품이 오가고, 입찰담합 등 불법행위가 이뤄진 정황도 일부 밝혀졌다.

이와 관련한 경찰 내사가 시작되자 문흥식 전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은 사고 발생 나흘 만인 6월13일 미국으로 도피했고, 9월11일 자진 귀국해 경찰에 의해 광주로 압송됐다.

지난 15일에는 철거업체 선정에 개입하는 등 각종 비위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문씨의 공판기일이 열렸는데, 문씨와 철거업체 대표간 혐의를 미루는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오월단체에 오명을 남겼다.

15일 오전 광주 동구청에 마련된 학동4구역 재개발 붕괴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최연소 희생자 김군의 아버지가 오열하고 있다. 고교생 김군은 지난 9일 동아리모임을 위해 비대면수업인데도 학교를 찾았다가 '54번' 버스에 올라탄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2021.6.15/뉴스1 ⓒ News1 정다움 기자

◇6개월 지났어도 말뿐인 '참사 방지법'…제자리걸음

참사 직후 여야 정치인들은 너나할 것 없이 사고 현장을 현장을 찾았다. 유족들을 위로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힘을 쏟겠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부겸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정세균 전 총리, 심사정 정의당 의원 등이 행차했고, 유족들은 재발방지를 눈물로 애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학동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제출된 '건축물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13건으로, 상임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은 0건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병훈 의원을 중심으로 소병훈·장경태·조오섭·조응천·홍기원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박완수·이종배 의원이 각각 발의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 학동참사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도 참사 당일인 6월9일에 살고 있다"며 "아직도 어머니께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으며 하루하루조차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학동 참사는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을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며 "무너진 것은 5층 건물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지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책임의식도 함께 붕괴했다"고 토로했다.

ddaumi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