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특별법, 진실 규명·명예 회복 '첫걸음'…남은 과제는?

70년간 이어온 차별과 반목의 시선 해소·종식해야
'반란' 아닌 '항쟁'…교육과정 편성해 알릴 필요성 제기

소병철 의원과 여순사건 희생자 유가족들.(소병철 의원실 제공)/뉴스1 ⓒ News1

(여수·순천=뉴스1) 지정운 기자 = 역사적인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제정되며 73년을 고통 속에 살아온 유가족들의 한이 풀리게 됐다.

20년간 견고하게 특별법을 막고 버티던 국회의 장벽도 허물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는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 국회의원 150여명이 함께한 '여순사건 특별법'을 의결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19일 전남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일부 군인들이 제주4‧3사건 진압명령을 반대하며 촉발됐다. 당시 희생자만 1만여명이 넘는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이다.

국가기록원에 남아있는 1949년 11월11일 호남신문 기사에는 '1949년 전라남도에서 총 3차례에 걸쳐 피해 조사를 실시했으며, 마지막 조사 시점인 1949년 10월25일에는 무려 1만1131명이 사망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순사건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었던 제주 4‧3사건은 지난 2000년에 특별법이 제정되고, 2014년부터는 국가 추념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6‧25 전쟁 전후 발생한 거창사건, 노근리 사건 또한 특별법을 통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여수, 순천, 광양 등 전남권 전역에 1만여명의 주민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한 여순사건은 제16대 국회부터 제20대 국회까지 8차례 특별법안이 발의됐으나 성과를 내지 못한 바 있다.

여순사건 특별법이 제정된 것에 대해 여순사건을 연구해온 학자를 비롯해 유족회, 정치권은 한 목소리로 순천·여수를 넘어 전남, 전북, 경남 지역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실규명, 피해 회복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순사건 연구가이자 '역사공간 벗' 대표연구원인 주철희 박사는 "여순사건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인 만큼 우리사회에 미친 영향과 여파가 컸다"며 "이번에 여순사건특별법이 제정됨으로써 국가차원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의 길이 열린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순사건은 대통령에게 통수권이 있고, 국가가 관리하는 권력조직인 군대에 의해 촉발됐다"며 "그동안 국가는 반란의 모든 책임을 지역민에게 전가하면서 책임을 회피해왔기에 특별법 제정은 이러한 것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규종 여순항쟁유족연합회장은 특별법 제정이 아직도 남아있는 차별과 반목의 시선을 해소하고 종식시키는 의미를 가진다고 진단했다.

그는 "국가는 공권력을 앞세워 국민을 탄압했고 수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며 "희생자의 유족들은 박정희, 전두환 시대를 거치며 '연좌제'란 덫에 걸려 또 다시 아픔을 겪어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유족들은 낙인효과로 인해 공직에 나가지도 못하고 수많은 고통의 세월을 살아야 했다"며 "이번 특별법 제정으로 희생자들과 유족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면 이상 기쁜 일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 해 10월 19일 오전 전남 구례군 현충공원에서 여순 10·19사건 72주기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독자제공)2020.10.19/뉴스1 ⓒ News1

여순사건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소병철 국회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은 이날 안건 표결에 앞서 "여순사건은 총 8번이나 발의되고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오늘 본회의에 상정됐다"며 "20년의 국회 장벽을 21대 국회가 넘고 이념과 대립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는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안 통과 후 여순사건의 진실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이규종 여순항쟁유족연합회장은 "올해 제주 4·3행사장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제주 4·3은 이런 것'이라고 진실을 알리는 교육과정이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전라남도교육청에서도 그런 교육과정을 편성해 여순사건이 반란이 아니라 여순항쟁이라고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여순사건으로 피해를 보신분들은 평범한 농민들이거나 시골 사람들이었는데도 국가 공권력에 의해 너무나 엄청난 피해를 봤다"며 "초중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교육과정을 만들어 지역사회에서도 바로 알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과 정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당초 법률안 보다 내용이 다소 후퇴한 부분은 향후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별법 제정에 관심을 가져온 지역의 한 인사는 "특별법 조문을 보고 마냥 환영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 빠졌다"며 "법안이 이제 막 통과된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우려되는 부분을 지적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jwj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