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면회금지 석달째…"카네이션도 못 드렸어요"
"먼발치서도 못 봐…1주일 한번 영상통화가 전부"
- 허단비 기자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어머니 모시고 가족끼리 따뜻한 밥이라도 한끼 먹고 싶었는데 올해는 카네이션도 못 달아드리겠네요."
지난해부터 광주 한 요양병원에 어머니를 입원시킨 박모씨(52)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하면서 3개월 넘게 어머니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요양병원의 면회가 금지되기 전에는 이틀에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한 치매 노모를 찾아가 보는 게 일상이었다.
어머니의 유일한 낙 역시 전남 나주와 광주에서 이틀에 한번씩 찾아오는 아들들과의 만남이었다.
박씨는 광주에 사는 동생과 번갈아가면서 요양병원을 매번 찾았다. 사정이 생기면 형제가 서로 병문안 날짜를 조율하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반찬과 주전부리를 사들고 찾아가 어머니가 적적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 2월5일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자 요양병원에서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코로나19과 관련해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절차에 따라 보호자 및 방문객의 병문안을 제한합니다. 감염의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해 적극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병원에서 온 문자를 받았을때만 하더라도 박씨 형제는 어머니를 이렇게 오랜 기간 못보게 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어머니를 찾아 뵙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에다 치매 노모의 안부가 걱정돼 초조함이 더해져갔다.
창밖으로라도 볼 수 있을까 해서 어머니께 드릴 반찬거리를 싸들고 병원을 찾았지만 관계자들에게 가로막혀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박씨는 "멀찍이서라도 어머니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주차장에서 막혀 아예 들어가지도 못했다. 막상 어머니를 못 뵈니 섭섭하기도 했지만 또 그렇게 하는 게 맞는거란 생각에 아쉽지만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문 하나를 두고 부모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다른 요양원 가족들이 부러울 정도였다"고 아쉬운 듯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박씨 어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어 다른 어르신들처럼 휴대전화 사용이 자유롭지 못했다. 어렵사리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통화를 할 때도 그저 "괜찮다"는 어머니 때문에 박씨는 항상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건물 벽 하나를 두고 생이별한 가족들에게도 희소식은 찾아왔다.
지난달 우연히 시도한 휴대전화 영상통화를 어르신들이 가족들과 주기적으로 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박씨는 "어머니 얼굴을 못 본 지 두 달이 넘어가니 걱정이 돼서 살 수가 없었다. 간호사 도움을 받아 영상통화를 했는데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반갑고 좋았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제 매주 수요일 오전 어머니 얼굴을 영상통화로 볼 수 있게 됐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휴대전화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통화시간에 맞춰 의료진이 일대일로 도움을 줘야하기에 기회는 1주일에 딱 한 번만 주어졌다.
단 몇 분의 영상통화가 전부지만 박씨는 생이별했던 지난 몇 달을 생각하면 오히려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와 전남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전국적으로도 코로나19가 완화하는 추세인데 괜히 의료진들 힘드시거나 귀찮을까 싶어 병문안은 언제부터 되는지, 어머니께서 불편한 건 없으신지, 밥은 잘 드시는지 묻고 싶지만 꾹 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같으면 어버이날 어머니를 데리고 나와 바깥 공기도 쐬고 가족들끼리 맛있는 밥이라도 사먹었을텐데 올해는 카네이션도 못 달아드리는게 마음이 참 아프다. 그렇지만 의료진분들도 함께 고생하고 계시니 올해가 지나고 내년에는 함께 손잡고 맛있는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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