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발단은 '댕기머리 희롱'
- 황희규 기자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광주학생독립운동이 90주년을 맞았다. 학생독립운동을 계승·발전시키려는 기념행사가 3일 광주에서 열리는 가운데 학생독립운동이 어떤 운동이었고, 왜 발생했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학생운동의 발단은 이렇다. 1929년 6월25일, 광주역을 출발해 나주역으로 향하는 통학열차가 운암역을 통과할 때 일본인 중학생 한명이 '한국인은 야만스럽다'는 말을 한다. 이 말을 들은 광주고등보통학교(이하 광주고보) 학생들은 분노해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한다.
한국인 학생들의 분노는 '나주역 사건'에서도 폭발한다. 같은해 10월30일 오후 5시35분 나주역에 도착한 통학열차에서 내린 광주중학교 학생인 후쿠다, 다나카, 스에요시 등 일본인 학생들이 광주여고등보통학교(현 전남여고·이하 광주여고보) 박기옥, 이광춘, 이금자 등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한다.
이를 본 광주고보 2학년 박준채가 '명색이 중학생인 녀석이 야비하게 여학생을 희롱하냐'며 일본인 학생들을 꾸짖자 후쿠다는 '뭐라고? 센징노 쿠세니'라고 대꾸한다. '센징노 쿠세니'는 '조선인 주제에'라는 말로 조선인을 얕잡아 보는 말이다.
이 말에 화가 난 박준채는 주먹으로 후쿠다의 얼굴을 때리면서 격투가 벌어진다.
다음날인 10월31일, 나주역에서 통학열차에 올라탄 박준채와 한국인 학생들은 의도적으로 일본인 학생들 전용칸에 올라타 전날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일본인 학생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또다시 격투가 벌어진다.
11월3일, 일본 메이지왕의 생일을 기념하는 명치절과 음력 10월3일로 개천절과 겹치는 날이었다. 학생독립운동의 불씨가 된 비밀결사 성진회 창립 3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광주고보 학생들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일본인이 경영하는 광주일보를 찾아가 '나주역 사건'에서 한국인이 잘못했다는 편파 기사의 정정과 사과를 요구한다.
이 무렵, 신사참배를 마친 사이토 등 광주중학교 학생들은 신사 앞 광주천변에서 광주고보 최쌍현에게 시비를 걸고, 단도로 얼굴을 찌른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나가며, 광주고보 학생들은 충장로 5가 우편국 앞에서 사이토 등 광주중 학생들을 구타한다.
이에 야구방망이와 농기구 등으로 무장한 한·일 학생들은 광주역으로 집결했다. 양쪽 학생 수는 각각 200여명으로, 이들은 투석전과 육박전을 벌였다.
광주 학생의 항일 운동은 목포와 나주, 함평 등으로 번졌고, 서울 학생의 궐기를 촉구했다. 또 전국으로 확산돼 전국의 학생들은 지성의 결의와 행동력을 발휘한 항일 학생운동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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