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안 천사대교 건넜더니 숨겨진 보물이 가득
개통 후 첫 주말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
때 묻지 않은 경관 탄성절로…"섬 도로 좁아 위험"
- 박진규 기자
(신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수천년 동안 닫혀 있던 보물섬들이 활짝 열렸다.
전남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천사대교가 지난 4일 정식개통한 뒤 맞은 첫 주말 오후. 천사대교를 막 지나 만나는 오도선착장은 다리 구경에 나선 관광버스와 일반 차량들로 북적였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방금 지나온 다리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감탄을 연발했다.
광주에서 왔다는 관광객 김정순씨(65·여)는 "주말이면 산악회에서 단체 산행을 가는데 이번에는 구경삼아 천사대교에 왔다"며 "다리도 너무 멋지고 멀리 보이는 바다도 너무 아름답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도선착장을 벗어나 섬 안으로 들어가자 '출향인들의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는 문구의 현수막이 도로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날 암태면민의 날 행사까지 더해 뭍으로 나간 향우들이 천사대교 개통을 계기로 고향을 찾고 있었다.
2010년 9월 착공해 104개월의 대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천사대교는해상연결 구간만 7.2㎞(총연장 10.8㎞)로 국내 4번째로 긴 교량을 자랑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주탑에서 다리를 케이블로 연결하는 형태의 사장교와 교각사이에 쇠사슬을 건너지르고 이 줄에 상판을 매어단 현수교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다리다.
195m의 세계 최대 고저주탑 아래 매달려 바다위에 떠 있는 듯한 천사대교에 오르면 아찔함을 느끼지만, 다리를 달리며 바라보는 다도해 광경은 황홀함을 선사한다.
천사대교는 압해도에서 신안 중부권의 자은, 안좌, 팔금, 암태도 4개섬을 연결함으로써 그간 단절돼 있던 이곳 섬들의 속살을 외부 사람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냈다.
지난 6일 천사대교를 향해 가는 길은 압해도에서부터 거북이 운행을 해야 할 정도로 왕복 2차로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찼다.
신안군에 따르면 차량 통행이 가능했던 지난 4일 오후 3시부터 6일 오후 5시까지 벌써 3만6400대가 천사대교를 오갔다.
천사대교를 거쳐 들어간 자은, 안좌, 팔금, 암태도는 때 묻지 않은 섬 그대로의 모습 간직하고 있었다.
다리를 넘어 암태도를 10여분간 달리다 보면 기동 삼거리에서 재미난 벽화와 마주한다.
담장 너머로 꽃이 활짝 핀 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신안군이 지난달 중순 천사대교 개통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위해 이 집의 할머니의 얼굴을 그렸다.
이후 "나만 빠졌다"고 서운해 하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전해 들은 신안군이 할아버지 얼굴 그림과 애기동백 나무 한 그루를 심어 부부벽화를 만들었다.
이 벽화를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으로 차량을 돌리면 자은도이며, 반대편으로 가면 팔금도와 안좌도가 나온다.
또한 암태도에서 자은, 안좌, 팔금을 가려면 또 다시 다리를 건너야 한다.
크고 작은 섬들이 다리로 하나가 된 느낌이다. 섬은 육지의 시골과 다르지 않은 풍경이였다.
올해 농사를 준비하며 밭을 일구는 농부들과 봄을 맞아 지붕을 손질하는 인부, 작은 선착장에서 그물을 손질하고 있는 어부들.
섬 사람들은 바뀐게 없는 것 같은데 외지인들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잠시 쉬어갈 겸 차에서 내린 마을에서 만나 김성옥 할머니(87)는 "다리를 논다고 해서 그때까지 살까 걱정했는데 진짜로 그런일이 일어나 신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 구경하고 좋긴 한데, 길이 좁아 걱정이다"며 "도로가 위험해져서 마을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겠다"고 근심어린 표정도 내비쳤다.
차들의 통행이 많아진 만큼, 4차로 도로 확장이 시급해 보였다.
다시 차량에 올라 돌아본 섬은 곳곳에 숨은 볼거리들이 즐비했다.
암태도 송곡리를 가다 보면 우리나라 최초로 섬에서 발견된 매향비(埋香碑)가 세월을 비켜가고 있다.
매향비는 전국적으로 서너 군데 해안지역에서만 발견되는 미륵신앙 유적으로, 향나무를 바다에 묻어 언젠가 환생할 미륵과 인연을 맺고자 하는 매향의식을 행하고 기록을 남겼다.
또, 암태도에는 일제강점기 농민운동의 도화선이 된 암태도 소작쟁의를 기념해 6.74m의 대형 기념탑이 설치돼 있다.
자은면은 여인의 몸매를 꼭 닮은 형상을 한 아름드리 소나무인 '여인송' 숲과 200년 이상된 수많은 노송들이 바다를 감싸듯이 자리 잡고 있는 백사장이 여유로웠다.
팔금도는 70~80년대를 대표하는 최하림 시인(1939~2010)이 초등학교까지 살았던 옛 집터 등이 남아 있고, 안좌도는 신안이 배출한 세계적인 화가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의 고택이 섬을 지키고 있었다.
특히 안좌도에는 박지도·반월도를 잇는 목교인 '퍼플교'가 인기다.
걸어서 박지도에서 목포까지 가는 것이 소망이었던 주민 김매금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무 다리를 만들었으며,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라 불린다.
긴 나무다리를 걸으며 아름다운 바다와 물 빠진 갯벌, 석양이 어우러진 풍경은 신안만이 갖고 있는 풍경이다.
최한웅 신안군 홍보팀장은 "압해와 암태를 잇는 천사대교는 신안군 전역을 육지와 연결하는 연륙교 성격이 강하다"며 "섬마다 특색 있는 볼거리를 만들어 연간 관광객 500만명이 찾는 섬·해양관광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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