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화재로 아이 3명 사망…방화여부 등 수사(종합2보)
아이 母 진술 번복…인화물질 등 발견 안돼
정밀조사 등 진행…"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 한산 기자
(광주=뉴스1) 한산 기자 = 정유년 마지막 날인 31일 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나 아이 셋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6분쯤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졌다.
화재로 A씨는 손과 발에 2도 화상을 입고 베란다에서 구조됐지만 4세와 2세 아들, 15개월된 딸 등 세 아이들은 작은 방에서 모두 숨졌다.
또 불로 아파트 주민 20여 명이 집 밖으로 나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는 A씨의 집에서 시작된 불은 내부 20㎡를 태우고 27분 만인 2시53분쯤 꺼졌다.
화재 직후 경찰과 소방 당국이 벌인 현장감식 결과 불은 아이들 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오전 10시30분부터 2시간30여분에 걸쳐 경찰 등과 함께 진행한 현장감식에도 발화점은 아이들 방 안쪽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원인을 규명할 만한 인화성 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정확한 화재원인과 발화점 등 현장감식 결과는 15일 후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부검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여 현재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화재원인을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A씨가 화재 당시 술에 취해 일관된 진술을 하지 못하면서 수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A씨는 화재 발생 30여분 전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동전노래방에서 혼자 노래를 부른 후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아파트 CC(폐쇄회로)TV에는 비틀거리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A씨의 모습이 잡혔다.
A씨는 귀가하던 중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죽고싶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27일 이혼판결을 받고 A씨가 자녀양육을 담당하고 B씨가 양육비를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현재까지 함께 살고 있었다.
A씨는 구조 직후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자녀들이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가 깜박 잠이 들었다"며 "밖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대피한 후 전 남편에게 전화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했었다.
하지만 화재현장에서 라면 냄비 등 라면을 끓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자 이내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 술에 취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이가 칭얼대 담배를 이불에 비벼 끄고 아이를 재우는 과정에서 잠이 든 것 같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라면 냄비와 마찬가지로 현재까지 화재 현장에서 담배 꽁초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화재가 난 이유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일부 부자연스러운 점이 있다며 방화나 실화로 단정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이들이 숨진 방에서는 담배꽁초가 발견되지 않은 데다 A씨는 방 앞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지만 1차 감식에서는 방 안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A씨가 화재 발생 16분 전인 오전 2시10분쯤까지 PC방에 있는 전 남편에게 총 7차례 통화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한 추가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 보통 아이를 가진 부모의 경우 화재가 나면 애들을 데리고 대피하려고 하지만 이불을 뒤집어 씌우고 나갔다고 진술한 점과 담배를 작은 방 앞에 있는 이불에 끄고 칭얼대는 아이를 달랬다는 점 등도 이해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적으로 수사를 벌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고 방화로 단정지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실화를 포함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정밀감식과 부검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숨진 아이들의 부모는 지난해 2월부터 6개월간 긴급복지지원을 받았으며, 최근 다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북구청에 따르면 아이들의 부모는 지난 11월29일 긴급복지지원을 신청했고, 다음달 1일 긴급복지지원이 결정됐다.
북구 관계자는 "긴급복지는 기본적으로 3개월간 지급하며 한 차례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이들에게는 새해 2월까지 지급할 예정이었다"며 "이번달에는 A씨의 통장으로 137만5000원이 지원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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