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남 차가 아니었네'…똑같은 열쇠로 타인차 운행

광주시 남구에 사는 A(49·인테리어업)씨는 지난 16일 오후 출장을 가려고 아파트 주차장에 갔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주차해 둔 흰색 1t 트럭이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A씨는 경비원의 도움을 받아 당일 아파트 인근에서 트럭을 찾았다.

트럭 안에는 수박 한 통이 놓여있었다. A씨는 "직원이 트럭을 쓰고 수박을 선물했나보네…"라고 생각하고 일을 마친 뒤 잠에 들었다.

17일 오전 출근을 위해 아파트 주차장으로 내려온 A씨는 또다시 자신의 트럭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뭔가 심상치 않았다. 누군가 트럭을 훔쳐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들은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 아파트 단지 주차장 한켠에 주차돼 있는 트럭을 찾았다. 이번에는 트럭 내부에서 타인 명의의 주유할인카드가 발견됐다.

형사들은 주유할인카드를 토대로 '차량 절도' 용의자로 A씨의 집 인근에 사는 주민 B(59)씨를 지목,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B씨는 당당했다. 형사들에게 "내 트럭을 내가 타고 다닌 것 뿐인데 왜 오라가라 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B씨는 "1년에 한 번 정도 처남의 트럭을 빌려서 운행한다"며 "처남의 트럭을 빌려서 타고다닌 게 무슨 죄가 되느냐"며 따져묻기도 했다.

B씨는 실제 처남으로부터 트럭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열쇠만 넘겨받았을 뿐 트럭은 함께받지 않아 A씨의 트럭을 처남의 트럭으로 착각해 운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와 B씨가 각각 차량 절도사건의 피해자와 용의자가 된 이번 사건은 우연치않게 2대의 트럭 열쇠가 똑같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A씨의 트럭과 B씨 처남의 트럭이 흰색으로 색상이 같고, 별다른 특징도 없는 데다가 열쇠까지 일치했기 때문에 B씨가 착각하고 A씨의 트럭을 운행한 것이다.

실제 형사들이 확인한 결과 A씨의 트럭 문은 B씨가 소지하고 있던 처남의 트럭 열쇠로 열렸으며, 시동도 걸렸다. 다만 리모컨으로는 문이 열리지 않았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형사는 20일 "다양한 사건을 수사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B씨가 차량을 훔친 것이 아닌 만큼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imh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