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에 멈춘 삶, 이제야 나를 사랑합니다"

광주트라우마센터 5·18 생존자들 집단상담 기록 발표

3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트라우마센터 집단상담 결과 발표회에서 5.18민주화운동 생존자 윤다현(62)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3.4.3/뉴스1 © News1 정회성

"1980년 5월 광주가 경험한 대동세상은 '해방의 공동체'였지만 한편으로는 '트라우마의 공동체'이기도 합니다."

"80년 5월 멈춰버린 내 고통, 내 이야기, 내 삶을 지금까지 아무한테도 말 못했습니다."

광주 5·18 민주화운동 생존자들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집단상담이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5월의 생존자들은 30여년간 품어온 마음의 상처와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3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광주도시공사 대회의실에서 '5·18 민주화운동 트라우마, 치유의 첫발을 내딛다'라는 주제로 집단상담 기록 발표회를 열었다.

트라우마센터는 5·18 구속부상자회 회원 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2일부터 올해 1월 4일까지 집단상담을 진행해왔다.

5·18 생존자들은 10주 간의 집단상담 과정에서 처참한 기억을 떠올리며 악몽에 몸부림치기도 했지만 비로소 자신을 아끼고, 남들 앞에서도 떳떳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게됐다고 입을 모았다.

윤다현(62)씨는 "가슴이 답답할 때면 옛 전남도청 앞을 찾아가 '나무야 그때 너희가 본것들을 다 말해 봐라, 너희는 그때 다 보지 않았냐'는 혼잣말을 하곤 했다"며 "트라우마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뒤로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윤씨와 함께 집단상담을 받은 박천만(53)씨도 "고문을 당하고 옥고를 치른 뒤로 술과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며 "이제는 나 자신에 대해 신경 쓰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려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회에서 이들의 사연이 소개되는 동안 가족과 지인, 시민들은 아픔과 상처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단상담을 진행한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정신과 전문의)는 "이렇게 격렬하게 치유에 저항하는 분들은 처음이었다"며 "상담을 거듭하는 동안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참여자들의 모습에서 빛을 발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광주트라우마센터는 이번 집단상담 결과를 자료집으로 출간하는 한편 또 다른 5·18 생존자들과 아람회 사건 등 군사독재 시절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상담도 진행하기로 했다.

oknew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