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의 흐름 읽는 AI 반도체 개발…웨어러블 기기 활용 기대

KAIST-UNIST-포스텍 공동연구

연구 개념도(AI 생성 이미지·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몸에 착용하는 기기가 걷는 동작과 잠깐 팔을 흔드는 동작을 구별하려면 움직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국내 연구진이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를 층층이 쌓아 방금 일어난 변화와 앞선 변화를 함께 읽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AI시스템학과 권지민 교수 연구팀이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연구진과 함께 이온을 담은 소재를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이를 이용해 반응 속도가 다른 반도체 소자를 여러 층으로 쌓는데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AI 및 뉴로모픽 컴퓨팅에서는 영상이나 센서 신호와 같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데이터의 순서와 변화 특성을 효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특히 소자 자체가 다양한 시간 응답 특성을 가져야 서로 다르게 변화하는 신호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신호를 전달하는 기존 이온 게이트 소자는 액체나 젤 등 전해질이 주로 쓰여 시간 상수를 원하는 범위에서 정밀 조절하기 어렵다.

연구팀이 고안한 반도체는 전기를 가하면 소재 안의 이온이 움직이면서 전류의 흐름이 바뀐다. 전기를 끊어도 이온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린다. 연구팀은 그동안 단점으로 여겨졌던 이온의 느린 움직임을 지난 신호를 알아보는데 활용했다.

연구팀은 이온을 담은 물질을 단단한 얇은 막으로 만들고 막 속 이온의 양과 두께를 조절했다. 그 결과 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는 소자와 느리게 반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었다.

두 소자를 층층이 쌓자 하나는 방금 들어온 신호에, 다른 하나는 조금 전부터 이어진 신호에 반응했다. 짧게 남는 메모와 오래 남는 메모를 함께 읽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네 차례 들어오는 신호가 켜지고 꺼지는 순서에 따라 만들어지는 16가지 패턴을 소자가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측정한 소자의 반응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숫자 영상을 판별하는 시스템을 모델링했다. 이로써 서로 다른 속도의 영상 신호에 대해 90% 이상의 검증 정확도를 얻었다. 영상 판별 결과는 실제 소자의 측정값을 적용한 모델 검증 결과다.

연구팀은 이 소자를 4인치 웨이퍼 크기로 제작하고 휘어지는 기판에도 구현했다. 소자의 전기적 특성은 제작 후 55개월에 걸친 측정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연구는 움직임이나 몸에서 나오는 신호처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정보를 작은 기기 안에서 처리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스마트워치에 적용했을 때의 성능과 소비 전력 절감 효과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왼쪽부터 UNIST 백승훈 연구원, KAIST 이용우 박사·권지민 교수, UNIST 김형준 연구원, KAIST 정학순 박사(KAIST 제공) /뉴스1

권 교수는 "앞으로 스마트워치처럼 전력을 적게 써야 하는 기기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를 읽는 AI 반도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IST 정학순 연구교수가 제1 저자로, POSTECH 노용영 교수와 KAIST 권지민 교수가 교신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