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승용 "대천에 쏠린 활력 구도심으로…보령의 숨은 가치 깨우겠다"

[인터뷰] 100일 16개 읍면동 누비며 현장행정…"시민 목소리가 출발점"
웰니스·전통시장·어린이테마파크 등 10대 공약…"시민 행복한 도시로"

뉴스1과 인터뷰 중인 엄승용 충남 보령시장 ⓒ 뉴스1 김기태 기자

(보령=뉴스1) 김낙희 기자

"보령은 바다와 산 등 좋은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고 문화자원도 풍부합니다. 이제는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가치를 찾아 경제적·문화적 가치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엄승용 충남 보령시장은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취임 100여 일을 돌아보며 보령의 성장 동력을 기존 대천해수욕장에서 내륙과 구도심까지 넓히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관광도시 보령의 성장은 오랫동안 대천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엄 시장은 이를 보령의 강점으로 보면서도 투자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내륙과 구도심 주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대천해수욕장 쪽으로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내륙과 구도심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문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알려진 바다와 머드축제뿐 아니라 역사·문화자원과 전통시장, 빈 공간 등 아직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자산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밑바탕에는 엄 시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온 '웰니스'가 있다. 단순히 건강과 치유산업을 육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고, 아플 때 제때 치료받고,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에 머무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그가 말하는 웰니스다.

취임 후 100여 일 동안 16개 읍면동과 민원 현장을 돌고 학부모·어업인·농축임업인 등을 잇따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행정이 사업을 먼저 정하고 시민을 설득하기보다 현장에서 들은 목소리에서 정책의 출발점을 찾겠다는 것이다.

엄 시장은 임기 4년의 목표를 묻자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행복은 거창한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다"며 "4년 뒤 시민들에게 '보령에 사는 것이 참 좋다'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엄 시장과의 일문일답.

- 초선 시장으로 취임한 지 100여 일이 지났다.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100여 일이었다. 그만큼 보령 곳곳을 다니며 시민들을 직접 만나고 현장을 살펴본 시간이었다.

취임 후 16개 읍면동을 모두 찾아 시민들과 대화했다. 지역 현안이 있는 곳이나 주민 불편이 제기된 민원 현장은 직접 찾아가 확인했다. 경로당에서는 앞치마를 두르고 어르신들과 식사를 준비했고, 1일 읍면동장을 하면서 주민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어려움도 느낄 수 있었다.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현장에서 들은 이야기를 듣는 데서 끝내지 않는 것이었다.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신속하게 처리하고 검토가 필요한 사안은 담당 부서가 살펴 다시 답하도록 했다. 시민들이 자신의 이야기가 행정에 전달되고 실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들과는 '아이 키우기 좋은 보령', 어업인들과는 '보령 바다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타운홀미팅을 했다. 최근에는 농업·축산·임업 종사자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돌이켜보면 제가 보령을 이끌었다기보다 오히려 보령을 더 깊게 배운 100일이었다. 이제 그 이해를 바탕으로 시민들이 실제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뉴스1과 인터뷰 중인 엄승용 충남 보령시장 ⓒ 뉴스1 김기태 기자

- 처음 시정을 이끌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가 생각하는 시정의 방향을 저 혼자가 아니라 1000명이 넘는 공직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었다.

아무리 좋은 방향이라도 시장이 지시한다고 현장까지 그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방향을 정하는 것보다 모두가 그 방향에 공감하고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그래서 '지시'보다 '참여'를 택했다.

취임 직후 간부 공무원 100여 명과 시정공유 워크숍을 열었다. 지역소멸이라는 현실 앞에서 지금의 보령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일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했다.

9월에는 6급 이하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흘간 토론회를 열었다. 저와 부시장, 국장들이 시정 비전과 정책 방향을 공유한 뒤 30개 조가 인구·AI·웰니스를 놓고 토론했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실제 추진할 수 있는 실행계획까지 만들도록 했다.

지시만 했다면 훨씬 빨랐을 것이다. 그래도 이 방식을 택한 것은 우리 공직자들이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라고 믿기 때문이다. 스스로 고민해 만든 정책이어야 오래간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제안들은 관련 부서가 추진 가능성과 협업 필요성을 검토해 실제 정책과 업무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속도만 내기보다 방향이 맞는지를 함께 확인하며 조직 전체가 같은 곳을 바라보도록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 지난 100일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웠던 일은.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취임 때 강조한 '웰니스'라는 방향이 조금씩 구체적인 정책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가 생각하는 웰니스는 단순한 건강이나 치유가 아니다. 시민과 행정이 함께 더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돼 서로 돌보는 과정이다.

16개 읍면동 초도순방과 세 차례 타운홀미팅도 그런 과정이었다. 어린이 안전관리 조례 제정 추진과 지역 응급의료 이송·수용 체계 개선 협약 역시 시민이 조금 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가장 아쉬웠던 것도 결국 한 시민의 삶과 관련된 일이었다.

대천1동을 찾았을 때 가족 없이 홀로 생활하며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필요한 치료와 복지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해 힘들어하시면서 저에게 "살려달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했다.

행정이 조금 더 일찍 그분의 상황을 알았다면 필요한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연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웰니스는 거창한 사업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을 놓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는 행정이 먼저 어려운 시민을 찾아내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의료와 복지서비스가 연결되도록 더 세밀하게 살피겠다.

보령시 100일 시정 혁신 비전을 선포하는 엄승용 충남 보령시장 /뉴스1

- 공약 가운데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는 사업은.

▶민선 9기 4년의 실행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미래전략실 TF를 구성하고 '100일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민들이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10대 중점공약을 선정해 우선 추진하고 있다.

보령 K-어린이 융합테마파크 조성,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보유 여성 지원체계 마련, 전통시장 활성화, 에너지·웰니스·모빌리티 지역혁신 플랫폼 구축, 보령 웰니스 파크 조성 등이 포함된다. 머드축제 사계절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충청수영성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종교 역사자원을 활용한 콘텐츠 개발, 열린 보령방송 채널 '보령열림' 개설, 스마트 주차타워 조성도 추진한다.

이 사업들을 각각 따로 떨어진 공약으로 보지는 않는다. 산업과 관광, 문화, 복지, 정주 여건을 연결하는 것이 보령의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산업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시민의 삶의 질도 높여야 한다. 결국 사람이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웰니스 도시 보령'으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 대천해수욕장을 중심으로 한 관광과 투자가 보령 발전을 견인해왔다. 앞으로 도시의 성장을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대천해수욕장은 분명 보령을 대표하는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지금은 투자와 관심이 대천해수욕장 쪽으로 많이 집중돼 있다.

그러다 보니 내륙과 구도심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 보령 전체가 함께 성장하려면 이 간극을 좁혀야 한다.

보령에는 바다와 산뿐 아니라 곳곳에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문화·역사 자원이 많다. 그 가치를 찾아내 경제적인 가치와 문화적인 가치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구도심에는 사람을 다시 불러들이고 머물게 할 문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통시장이나 기존 상권,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새로운 콘텐츠와 연결해 대천해수욕장의 활력이 보령 전역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

- 임기 안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하나다. 시민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행복이 거창한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가 안전하게 자라고, 아플 때 제때 치료받고, 청년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보령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것처럼 누구에게나 당연해야 할 일상이 제대로 지켜지는 것이 행복의 출발이다.

제가 만들고 싶은 보령은 시민들이 굳이 다른 지역으로 나가지 않아도 일하고 배우고 치료받고 아이를 키우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다.

행정은 시민의 불편에 더 빨리 답하고 의료는 필요한 순간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과 일자리는 청년들이 보령에서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발전소 종사자와 협력업체, 청년들이 산업 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개별 정책이 몇 개 성공했느냐가 아니라 시민 한 사람의 삶이 실제로 나아졌느냐다.

아이 키우기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생기고 시장에 활기가 돌고 문화와 관광을 즐기고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변화가 쌓이면 사람이 머물고 다시 찾아오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는 보령이 될 수 있다.

4년 뒤 시민들께서 "보령에 사는 것이 참 좋다"고 말씀해 주신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보령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지난 100여 일 동안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 때로는 따끔한 말씀까지 모두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엇을 더 고민하고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100일이라는 시간에 모든 것을 보여드릴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약속드리고 싶다. 시민의 목소리를 가까이에서 듣고 그 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시장이 되겠다.

저에게 100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빠르게 할 수 있는 일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시간이 필요한 일은 조급해하지 않고 하나씩 기반을 다지겠다.

보령의 변화는 시장 혼자 만들 수 없다. 시민들의 생각과 참여, 현장에서 함께 뛰는 공직자들의 힘이 모여야 한다.

저 역시 시민들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현장에서 답을 찾겠다. 보내주신 신뢰에 4년 뒤 달라진 보령의 모습으로 답하겠다.

luck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