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6000배' 반도체 온실가스 잡는 고효율 촉매 개발
KAIST-삼성전자 '엔트로피 안정화' 원리로 성능저하 해결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하는 이산화탄소(CO₂)보다 6000배 이상 강한 온실가스를 보다 높은 효율로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최민기 교수 연구팀이 삼성전자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반도체 미세회로를 만드는 공정 등에 사용되는 온실가스 '사불화탄소(CF₄)'를 높은 효율로 장기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촉매를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CF₄는 반도체 웨이퍼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선택적으로 깎아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건식 식각 공정 등에 사용된다.
문제는 사용 후 남은 미량의 CF₄다. 탄소와 불소가 매우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 쉽게 분해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되면 약 5만년 동안 남을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도 이산화탄소보다 6000배 이상 크다.
현재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는 CF₄가 그대로 배출되지 않도록 높은 온도에서 수증기와 촉매를 이용해 분해한다. 하지만 기존 촉매는 오래 사용할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CF₄가 분해되면서 생기는 불화수소(HF)가 수분과 만나 강한 부식 환경을 만들고, 이에 따라 촉매의 미세한 입자들이 서로 뭉치거나 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역설적으로 '무질서의 힘'을 이용해 해결했다. 서로 다른 여러 종류의 원자를 하나의 구조 안에 고르게 섞으면 배열은 복잡하고 무질서해지지만, 오히려 특정한 구조로 쉽게 바뀌지 않아 전체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엔트로피 안정화'라고 한다.
쉽게 말해 여러 종류의 원자를 고르게 섞어 촉매가 한쪽으로 뭉치거나 다른 구조로 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원리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해 알루미늄(Al), 아연(Zn), 갈륨(Ga), 니켈(Ni), 코발트(Co) 등 여러 금속을 하나의 알루미네이트 결정구조 안에 고르게 섞었다. 알루미네이트는 알루미늄과 산소를 기본 골격으로 여러 금속이 결합한 물질이다. 이를 통해 고온과 수분, 불소가 함께 존재하는 가혹한 환경에서도 쉽게 뭉치거나 변형되지 않는 '엔트로피 안정화 알루미네이트 촉매'를 개발했다.
성능 차이는 뚜렷했다. 새 촉매는 기존 알루미나 촉매보다 CF₄를 분해하는 활성이 약 2.3배 높았다. 특히 약 800도에서 150시간 동안 진행한 가혹 조건 실험에서 기존 알루미나 촉매의 CF₄ 전환율은 93%에서 48%로 떨어졌다. 반면 새 촉매는 98%에서 92%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연구팀은 CF₄가 실제로 어떻게 분해되는지도 밝혀냈다. 산소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산소 동위원소를 이용해 추적한 결과, 촉매가 자신의 구조에 있는 산소를 먼저 이용해 CF₄를 분해하고 주변의 수증기가 빠져나간 산소를 다시 채우면서 반응이 계속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향후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다양한 반도체 공정가스를 처리하는 촉매 개발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장시간 운전 성능 등을 검증해 실제 배출가스 처리 공정에 적용 가능한 촉매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금속의 종류와 조합을 바꿔 다양한 반도체 공정가스 처리 촉매로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지승혁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삼성전자 연구진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화공 분야 국제저명학술지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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