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비밀' 단서 찾았다…암흑물질 후보 '윔프' 추정 신호 포착

IBS 참여 국제공동연구진, 입자 상호작용 가능성 관측

럭스 제플린 주검측기(IBS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제공동연구진이 암흑물질의 유력한 후보 물질인 '윔프'로 추정되는 흔적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지하실험 연구단 김영덕 단장 연구팀이 참여한 '럭스 제플린(LZ)' 국제공동연구진이 윔프의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는 입자 상호작용을 관측했다고 1일 밝혔다.

새롭게 관측된 신호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샌퍼드 지하연구시설(SURF)에서 진행한 세계 최대 규모 암흑물질 탐색 실험에서 포착되었으며, 세계 최초 암흑물질 발견으로 이어질지 주목받고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가 제기된 이후 약 100년 동안 과학자들은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은 우주 전체 물질의 약 85%를 차지하지만 아직 직접 관측되지 않았다. 자연의 비밀을 풀기 위한 현대 물리학의 가장 큰 난제로 남아 있다.

그 유력 후보 중 하나인 액시온은 1977년에 처음 제안된 이론적 입자로, 매우 가볍고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액시온은 직접 검출은 어렵지만 강한 자기장과 공진기를 이용해 아주 미약한 전자기 신호로 변환해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탐색 영역을 고도화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른 후보는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무거운 입자를 뜻하는 윔프다. 전자나 양성자보다 훨씬 무겁지만 빛이나 다른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 하지 않아 검출이 어렵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아주 드물게 물질 속 원자핵과 충돌해 생긴 극히 미약한 섬광(빛)을 전기적 신호로 변환해 초정밀 검출기로 포착할 수 있다. 극도로 미세한 신호를 포착하기 위해 지하 깊은 곳에서 우주선 등 배경 잡음을 최소화한 실험이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LZ국제공동연구진은 SURF의 지하 약 1.5㎞에 LZ 검출기를 설치하고 약 10톤의 초고순도 액체 제논에 입자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빛과 전기 신호를 광전자증배관(PMT)으로 포착했다. 검출기를 둘러싼 물탱크와 외부 검출기로 중성자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입자를 걸러내고,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자연 방사선과 검출기 잡음 등 암흑물질과 유사한 신호를 구분했다.

연구진은 2023년 3월부터 2024년 4월까지 220일 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암흑물질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영역에서 하나의 입자 상호작용을 포착했다. 연구진은 수개월간 신호가 발생할 수 있는 자연 방사선이나 중성자, 검출기 잡음 등 여러 원인을 정밀하게 검토했지만 포착된 신호의 정체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 신호가 실제 암흑물질에 의해 발생했다면 신호를 만든 윔프의 질량은 최소 제곱광속당 200기가전자볼트(200GeV/c²)로, 양성자보다 200배 이상 무거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존 연구에서 주로 탐색해 온 단순한 충돌과 달리, 윔프가 원자핵에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신호의 통계적 유의성은 2.6시그마로, 자연 방사선이나 중성자, 검출기 잡음 등 기존에 알려진 배경신호원만으로 신호가 우연히 발생했을 확률은 약 0.5%에 불과하다.

다만 물리학계에서 새로운 입자 발견으로 인정하는 신뢰 기준이 5시그마인 만큼, 이번 관측 결과만으로 암흑물질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IBS는 설명했다. 실제 윔프에서 비롯된 신호일 수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희귀한 원인이나 통계적 우연도 배제할 수 없다. 물리학계는 추가 검증과 관측으로 통계적 정확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까지 암흑물질 탐색 실험 가운데 가장 많은 관측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SURF에서 윔프 탐색을 계속하며 신호 진위를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연구 제1저자인 샘 에릭슨 영국 브리스틀대 선임연구원은 "기존 분석에서 다루지 않았던 데이터 영역을 새롭게 분석했으며, 관측된 신호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개월간 가능한 모든 원인을 면밀히 검토했다"며 "검출기의 특성과 암흑물질로 오인될 수 있는 신호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있어 모든 검증을 통과한 하나의 특이 신호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LZ 공동연구팀 책임자 릭 게이츠켈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암흑물질 신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다른 원인에 의한 신호가 매우 적은 영역에서 이번 신호가 포착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윔프 관측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이고 있는 액체제논 검출기 실험에서 한국이 더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투고된 이번 연구 결과는 1일 일본에서 열린 '2026 TeV 입자천체물리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논문은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공개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