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림치유'와 '국민건강보험'의 제도적 결합을 향하여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우리나라는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둘러싸인 숲의 나라다. 황폐했던 국토를 푸르게 가꾼 치산녹화(治山綠化)의 성공을 넘어, 이제 우리 산림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림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초고령사회 진입, 만성질환 급증, 현대인의 우울증과 번아웃 등 정신건강 위기는 국가 보건의료 체계와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사후 치료 중심의 의료 체계만으로는 천문학적인 의료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자연의 치유력에 주목해야 하며, 그 해법의 중심에 '산림치유'(Forest Therapy)와 '국민건강보험'의 제도적 결합이 있다.

산림치유란 숲이 지닌 피톤치드, 음이온, 경관, 소리, 햇빛 등 다양한 자연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이다. 이는 단순한 여가나 휴식을 넘어, 체계적인 의과학적 근거와 맞춤형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예방의학적 개입이다.

국내외 의과학 및 산림 생명공학 연구는 산림치유의 임상적 실효성을 명확히 증명하고 있다. 숲 환경에 노출될 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현저히 감소하고, 심박 변이도(HRV) 안정과 부교감신경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은 학계의 정설이다. 또한 수목이 방출하는 테르펜계 물질은 체내 자연살해세포(NK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및 면역 단백질 생성을 촉진한다. 임상 연구에서도 우울증 척도 개선, 경도인지장애 노인의 인지기능 유지, 고혈압·당뇨 등 대사증후군 지표 호전 등 숲의 치유 효과가 뚜렷한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러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산림치유를 국가 보건의료 및 보험 체계에 적극 편입하고 있다. 독일은 자연치유지(Kurort) 전통을 바탕으로 의사의 녹색 처방(Green Prescription)에 따라 공공 건강보험에서 산림치유 및 기후요법 비용을 지원하는 '쿠어'(Kur) 제도를 정착시켜 중증 의료비 지출을 절감하고 있다. 영국, 호주, 북미 국가들 역시 우울증과 만성질환자에게 약물 대신 숲 프로그램을 권고하는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을 1차 의료기관과 연계해 확산시키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현재 산림청은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손잡고 '건강생활실천 지원금제'(예방형·관리형) 시범 사업에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공식 연계해 추진 중이다. 일반건강검진 결과 고혈압·당뇨 등 건강위험 요인이 있는 국민이 국립산림치유원이나 치유의 숲 등에서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건강생활 실천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이를 진료비 결제나 상품권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세계 최초로 산림복지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전국적인 치유의 숲 인프라를 갖춘 대한민국이 이를 넘어 진정한 제도적 안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첫째, 현행 건강생활실천 지원금제 포인트 연계를 넘어선 '예방 건강보험 수가화' 시범 사업의 추진이다. 1차 의료기관 의사가 만성질환자나 우울증 고위험 군에게 '숲 처방전'을 발행하고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단계로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절감되는 국가 의료비 편익을 보건 경제학적 평가로 실증해야 한다.

둘째, 산림청-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간의 '상설 다부처 협력 거버넌스'를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 산림 당국은 표준화된 치유 공간과 과학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보건 당국은 만성질환 관리 데이터 연계와 임상 모니터링을 총괄하는 체계적 협력 모델이 정립되어야 한다.

셋째, 산림치유 인프라의 '생활권 대전환'이다. 도심 외곽의 깊은 산림뿐 아니라 도시 숲, 생활권 숲길을 무장애 인프라와 융합된 전문 치유 공간으로 고도화해 누구나 일상에서 예방 혜택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임업과 첨단 바이오가 융합된 '산림 바이오 융합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이다. 숲의 공간적 치유와 자생 수종 유래 기능성 천연물 소재를 결합하여 고부가가치 복합 바이오 헬스케어 생태계를 창출해야 한다.

숲은 인류가 기댈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천연 종합병원이다. 숲을 가꾸고 치유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지키고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 최고의 공공 투자다. '산림치유'와 '국민건강보험’의 성공적 결합이야말로 사람과 숲이 함께 번영하는 지속 가능한 '산림 르네상스'의 완성형이 될 것이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