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뭄에 소나무재선충병 ‘3차 대발생’…2026년 177만그루 피해

겨울철 기온 상승으로 생육환경 악화…매개충 활동까지 촉진
피해 82% 27곳 ‘극심·심’…미방제 땐 2031년 3억본 피해 우려

경남 밀양에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고 가뭄이 이어진 7월 29일 무안면의 한 야산에서 이른바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말라가고 있다. (밀양=뉴스1) 윤일지 기자

(대전=뉴스1) 박찬수 기자 = 이상고온·가뭄이 지속되면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겨울철 기온 상승도 영향을 미쳤다.

13일 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007년 137만 그루(1차), 2014년 218만 그루(2차)의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뒤 감소세를 보였으나 2023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연도별 감염목은 2021년 31만 그루에서 2025년 149만 그루로 늘었으며, 2026년에는 177만 그루(3차)까지 증가했다.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로 현재 3차 대발생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피해 증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예찰·방제 공백과 기후변화, 겨울철 기온 상승, 산불 등 재난 발생에 따른 매개충 증가 등 복합적 원인을 꼽을 수 있다.

겨울·봄철 온난화로 소나무 생리적 스트레스 가중

1~3차 소나무재선충병 대발생 기간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와 피해목 수가 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겨울과 봄철 온난화와 가뭄으로 식물체의 호흡량은 증가하는 반면 토양수분량은 감소하면서 소나무류의 생리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이는 소나무류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기상청의 1988~2024년 기상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2024년 겨울철 기온은 평년보다 평균 0.2561도 높아 해당 기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겨울철 기온 상승은 소나무류의 생육환경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소나무재선충병을 옮기는 매개충의 생존과 활동에도 영향을 미쳐 피해 확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겨울과 봄철 온난화·가뭄에 이어 여름철 폭염·가뭄이 겹치면서 소나무류의 생리적 스트레스가 커진 것도 고사와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 제시됐다.

미 방제 시 2031년 3억 그루 피해 우려

그나마 적극적인 방제를 통해 대규모 피해 확산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선충병 발생위험도 지수(MB지수)를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였으며, 2023년 이후에는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특히 소나무재선충병 기초재생산지수(R0)를 활용해 방제 효과를 분석한 결과, 방제를 하지 않을 경우 피해목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초재생산지수(R0)는 감염된 개체 한 개가 감염 가능 기간 평균적으로 몇 개의 새로운 감염을 일으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22년부터 소나무재선충병을 전혀 방제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피해목은 2022년 38만 그루에서 2025년 357만 그루, 2026년 753만 그루, 2028년 3353만 그루로 증가하고 2031년에는 3억1501만 그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발생량과 미 방제 상황의 예측치를 비교한 결과 방제를 통해 2024년 79만 그루, 2025년 208만 그루, 2026년 576만 그루의 감염목 발생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도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율은 2023년 94%, 2024년 93%, 2025년 84%, 2026년 67%로 집계됐다.

전국 피해 82%, 포항·경주 등 ‘극심·심’ 27개 시·군 집중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82%가 '극심·심' 27개 시·군에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전체 피해목의 82%가 이들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극심'으로 분류된 지역은 포항, 경주, 울산 울주, 안동, 밀양, 창녕 등 6곳으로, 피해목은 67만 그루에 달해 전국 피해의 38%를 차지했다.

'심' 지역은 구미와 대구 달성 등 21개 시·군으로, 피해목 77만 그루가 발생해 전국 피해의 44%를 차지했다. 반면 '중' 12개, '경' 28개, '경미' 99개 등 139개 지역의 피해는 전체의 18% 수준이었다.

400㎞ 국가방제벨트 구축… AI·라이다(LiDAR) 신기술 활용

산림당국은 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피해가 확산되는 방향의 가장자리 지역을 집중 방제하는 한편, 피해가 심한 지역에서는 소나무림을 다른 수종으로 바꾸는 등 전략적인 방제를 추진하고 있다.

선단지 방제는 재선충병 피해가 확산되는 방향의 가장자리 지역을 집중적으로 방제해 확산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400㎞ 이상 규모의 국가방제벨트를 구축하고 주요 소나무 숲을 선정해 우선 관리한다.

방제벨트 안에서는 확산 차단과 보존 가치가 높은 소나무 숲 관리에 집중한다. 피해 지역의 수종전환과 생활권 주변 위험목 제거 등을 병행해 재선충병 확산을 막는다.

방제벨트 밖에서는 정밀한 예찰과 방제에 역량을 집중해 피해 발생 지역을 조기에 청정지역으로 전환한다.

견고한 국가방제벨트를 구축하고 중요 소나무 숲을 보존하기 위해 유인항공방제 도입도 추진한다.

전국 산림을 셀 단위로 구분해 관리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전국 산림을 약 630만개 셀로 나누고 LiDAR와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을 활용해 국가 주도의 예찰·방제 체계를 강화한다.

LiDAR(라이다)는 레이저를 지표면이나 산림에 쏴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지형과 나무의 위치·높이 등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기술이다.

이용권 산림재난통제관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감염목의 무단 이동을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피해지역 소나무 반출 금지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소나무재선충병(Pine Wilt Disease)은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에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산림 병해충이다. 감염되면 수분과 영양분의 이동이 차단돼 한 달 안에 잎이 붉게 변하며 100% 고사하기 때문에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린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