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 크기 그물망' 만들어 혼합가스 속 수소만 빼낸다
KAIST, 고성능 분리막 설계 전략 제시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여러 기체가 뒤섞인 혼합가스에서 수소만 쏙 골라낼 수 있는 '원자 크기 그물망'을 만드는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화학공학과 배태현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분리막 내부에 원자나 분자 크기인 옹스트롬 수준의 초미세 수소 이동통로를 만들고 이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내는 '네트워크 완결성'을 통해 수소 분리 성능을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1옹스트롬은 10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0만분의 1 수준이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를 고순도로 얻기 위해서는 생산 과정에서 다른 기체와 분리·정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체 분리에는 다공성 소재가 쓰였지만 결함 없이 넓은 면적으로 만들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정밀한 구멍을 만들 수 있는 소재와 가공하기 쉬운 고분자의 장점을 결합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를 위해 고분자 사슬을 서로 이어주는 연결 물질인 가교제를 이용해 촘촘한 그물망 구조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여기서 연결의 개수보다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통로가 아무리 많더라도 중간중간 끊겨 있으면 수소가 제대로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고분자 내부의 연결이 얼마나 완전하게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가교 연결 완성도(BCD)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안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분리막은 가교 연결 완성도가 73%에 달했다. 그 결과 수소가 분리막을 통과하는 성능과 질소가 섞인 기체에서 수소만 골라내는 성능이 원재료보다 동시에 크게 향상됐다.
연구팀은 실제로 분리막 내부에 3옹스트롬 이하의 초미세 공간이 다수 만들어진 것도 확인했다. 이 공간은 상대적으로 큰 기체는 들어가기 어렵고 작은 수소가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공간이 실제 존재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소보다도 작은 헬륨 분자를 활용했다. 아주 작은 구멍에 그보다 더 작은 구슬을 넣어보는 것처럼, 헬륨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확인해 초미세 구멍의 존재를 실험적으로 규명했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정성과 내구성도 확인했다. 새로 개발한 분리막은 100시간 동안 연속으로 운전해도 수소 분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잡아당기는 힘에 견디는 정도도 기존 최고 성능 수준의 고분자 분리막보다 약 2배 높았다.
이번 연구는 분리하려는 기체의 크기와 특성에 맞춰 초미세 통로를 만드는 '맞춤형 분리막'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고분자 분리막으로 확장되면 이산화탄소 포집, 천연가스 정제 등 특정 기체만 선택적으로 골라내야 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다만 실제 공정에 적용하려면 얇은 선택층과 다공성 지지체로 구성된 비대칭형 분리막 구조로 구현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제1저자인 이홍주 박사는 "이번 연구는 고분자 내부의 작은 통로가 얼마나 완전하게 연결돼 있는지가 수소 분리 성능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더 정교한 고성능 분리막을 설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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