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속도로 경적은 위협 아닌 안전 신호…'졸면 서로 빵!빵!'

이혜옥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장
"졸음 차량 발견 시 두 번의 경적, 서로를 지켜주는 따뜻한 신호"

이혜옥 한국도로공사 대전충남본부장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들뜨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 찬 여름 휴가철이다. 시원한 바다와 푸른 산을 향해 뻗어있는 고속도로는 보기만 해도 활기가 넘치지만, 운전석에 앉은 우리에게는 불쑥 찾아오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 있다. 바로 자신도 모르게 스르륵 눈이 감기는 '졸음'과 찰나의 순간 시선을 빼앗기는 '주시태만'이다.

실제 최근 3년간(2023년∼202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통계를 보면 일상 속의 피로와 찰나의 방심이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같은 기간 고속도로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은 총 457명에 달하는데, 이 중 무려 71.3%(326명)가 졸음과 주시태만 운전이 원인이었다. 피로와 잠깐의 방심이 부르는 사고가 도로 위 그 어떤 위험 요인보다 무섭게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종종 도로 위에서 차선을 비틀비틀 넘나들거나 앞차와 너무 가깝게 붙어 달리는 위험한 차량을 목격하곤 한다. 하지만 선뜻 경고를 보내기는 쉽지 않고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사거나 보복 운전 같은 시비로 번질까봐 그저 위험을 피해 앞질러 가며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이러한 걱정을 덜어내고 다른 운전자의 졸음과 주시태만이 바로 본인의 위험이라는 인식과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한편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좀 더 따뜻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한국도로공사는 조금 특별한 약속을 제안하고자 한다.

바로 '졸면 서로 빵!빵!'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핵심은 경적에 담긴 원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데 있다. 자동차에 경적이 설치된 이유는 위험 상황에서 다른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신호를 보내 위험 예방과 위치 알림을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일부 운전자들에 의해 부정적인 감정표현이나 속도를 재촉하는 수단으로 쓰여 듣는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곤 했다.

우리가 제안하는 경적은 주행 중 앞 또는 옆 차선에서 조는 듯이 차선을 벗어나거나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차량, 차간거리가 너무 가까운 주변 차량 등을 발견하면 '짧고 경쾌하게' 경적을 '두 번 빵빵'하고 울려주는 것이다.

이 소리는 결코 공격적이거나 화를 표현하는 부정적인 소음이 아니다. 졸음을 깨고 안전하게 주변을 주시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하라고 서로 돕고 지켜주는 다정한 안부이자 안전 신호다.

짧은 안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운전자 역시 화를 낼 필요가 전혀 없다. 나를 깨워주고 대형 사고를 막아준 이웃 운전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비상등을 가볍게 '두 번' 깜빡여서 답해주면 된다. 이 작은 답장은 졸음을 깨워준 것에 대한 감사와 안전 운전을 하겠다는 도로 위 아름다운 인사가 된다.

한국도로공사는 이 따뜻한 신호가 하루빨리 도로 위 상생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자체 제작한 로고송은 라디오 방송에, 친근한 애니메이션 동영상은 시민의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도록 대중교통(대전시내버스, 정류장 및 지하철)과 휴게소 및 졸음쉼터 등에 송출하고 있다. 또 고속도로 시설물인 도로전광표지(VMS)와 도로 본선 옆 시인성 높은 장소에 현수막도 설치하여 '졸면 서로 빵빵'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화물차 운전자들에게는 귀여운 '졸면 빵빵' 왕눈이 스티커를 매달 휴게소에서 무상으로 부착해 드리는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으며, 졸음을 깨는데 도움이 되는 강냉이, 마카로니 등 '졸면 서로 빵빵 과자'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해 8월부터 전국 휴게소에서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안전한 고속도로는 단속과 제도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도로 위 운전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의 파수꾼이 돼 주는 따뜻한 연대 의식이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경적은 누군가를 위협하는 무기나 감정표현 수단이 아니라 나와 이웃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가장 쉽고 확실한 대화 수단이다. 이번 휴가길, 고속도로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도로 위 이웃을 만난다면 밝은 미소와 함께 짧고 경쾌하게 '빵빵' 두 번 노크해 보자. 상대방을 향한 이 작은 배려와 실천이 오늘 하루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켜내는 가장 따뜻한 기적을 만들어 낼 것이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