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전 유성구 송강동 토사유출 사고…관리부실 '인재'
배수로·집수정 관리 이원화, 사전 점검 미흡…유성구 원인도 못 찾아
환경단체, 배수시설 확장 등 선제적 조치 필요
-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지난 9일 대전지역에 내린 집중호우 당시 유성구 송강동에서 발생한 토사 유출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닌 행정기관의 관리 공백이 피해를 키운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는 산비탈에서 쏟아진 토사와 빗물이 인근 도로와 주차 차량을 덮치면서 발생했다. 당시 대전에는 시간당 46㎜ 이상의 집중호우가 내렸고 누적 강수량은 239㎜를 기록했다.
21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시 건설관리본부는 사고 원인을 상류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집수정을 막으면서 배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날 사고 현장을 확인한 결과 토사가 처음 유실된 지점 상부의 배수로에는 흙과 잡초 등이 쌓여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또 배수로 주변에서는 토사가 두 차례에 걸쳐 무너져 내린 흔적이 남아 있었고 방수포가 덮여있는 모습이 확인됐다.
건설관리본부 관계자는 "상류에서 유실된 토사가 집수정을 막았고, 집수정이 막히면서 물이 넘쳐 토사가 유실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집수정 준설과 도수로 정비를 함께 추진하고 있으며, 실시설계 용역을 통해 도수로 확장 등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성구는 사고 직후 응급 복구를 우선 진행했지만,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자체 조사나 정밀 진단은 아직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성구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호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당시에는 복구에 초점을 맞췄고 재해진단이나 원인 조사 용역은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배수로가 흙과 잡초로 막혀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그런 부분들도 조사가 이뤄져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배수로 준설 등 필요한 조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행정기관 간 책임이 나뉜 관리체계의 허점도 드러냈다.
사고 지점의 집수정은 유성구가, 배수로(도수로)는 대전시 건설관리본부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한 재해 취약지역임에도 관리 주체가 나뉘면서 사전 점검과 유지관리가 유기적으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점검 필요성도 제기된다.
환경단체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관리체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도훈 대전충남녹색연합 부장은 "최근에는 강우 패턴이 과거와 달라진 만큼 기존 시설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지자체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배수시설을 사전에 정비하고 필요하면 배수 용량을 확대하는 등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환경건축과 한 교수는 "기후변화로 국지성·극한호우가 일상화되는 만큼 사고 발생 후 응급 복구에 그치기보다 원인 분석과 시설 개선, 기관 간 협업을 병행하는 대응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사고 원인을 신속히 규명하고 이를 토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이 재난 예방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사고가 발생하자 송강동 토사 유출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신속한 복구와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주력해 달라"며 "추가 강우에 대비해 토사 유출 등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찰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presskt@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