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일 산림기본계획 비교…'천연림과 인공림' 단순화가 주는 시사점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남성현 국민대 석좌교수(전 산림청장)

기후 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달성,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임업 노동력 감소라는 구조적 난제 속에서 한·일 양국의 산림행정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국가 산림 정책의 최고 지침인 ‘산림·임업 기본계획’을 변경하며 향후 10년, 나아가 반세기를 내다보는 중장기 산림경영의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이는 대한민국 산림청이 기존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2037)’의 여건 변화를 반영해 수립·시행 중인 ‘제6차 산림기본계획 변경 계획’과 일맥상통하면서도, 그 정책적 이행 수단과 공간적 배치 관점에서는 자못 신선하고 과감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양국의 변경된 기본계획을 비교·분석해 보면, 기후 위기 대응과 산림의 지속 가능한 가치 극대화라는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면서도 구체적인 전략에서는 뚜렷한 온도 차와 특징을 보인다.

한국의 제6차 산림기본계획 변경 계획은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 숲으로 만드는 지속 가능한 미래’라는 비전 아래 기후변화 적응력 강화와 산림 재난 대응체계의 고도화, 그리고 산림 복지 및 산림바이오매스·목조건축 활성화를 통한 산림경영의 디지털·과학화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임업인의 소득 안정과 공익가치 증진을 연계하는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반면, 일본의 새로운 산림·임업 기본계획은 ‘백 년 지속되는 '숲의 나라, 나무의 도시로’라는 큰 방향(부제)을 정하고 공급망 재편과 산림의 실질적 구조개혁에 한층 강도 높은 메스를 대었다. 고령화로 인한 산주(山主)의 관리 포기와 관리되지 않는 산림의 증대를 방지하기 위해 산지 구분을 철저하게 ‘천연림(보전·자연 복원 zone)’과 ‘인공림(고도 경제 경영 zone)’으로 단순화하고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공식화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일본의 ‘산지 구분 단순화’ 정책은 한국 산림기본계획이 시급하게 참고해야 할 백미(白眉)다. 기존의 복잡다단했던 산지 구분과 기능 구획에서 벗어나, 생태적 보전 가치가 높은 천연림은 자연의 천연갱신과 생물다양성 증진 위주의 보전형 관리로 확실히 전환한다. 반면, 삼나무·편백 중심의 인공림 및 목재 생산 적지는 임도(林道) 구축과 고도 임업기계화를 집중 투자하는 '집약적 경영 구역'으로 단일화·단순화했다. 한정된 예산과 노동력을 모든 산림에 얇고 넓게 분산 살포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산림경영의 경제성 확보도, 생태적 방재도 불가능하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일본의 결단은 대한민국 산림 정책에 다음과 같은 엄중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공간 관리의 '단순화'를 통한 선택과 집중이다. 대한민국의 산지 관리는 보전산지(임업용·공익용)와 준보전산지, 6대 기능별 구획 등으로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어 산주나 경영자가 실질적인 경영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보전할 천연림과 경제성을 끌어올릴 인공림·수종 갱신 지역을 대구역 단위로 단순 명료하게 정리하고, 집중 투자 구역에 대해 임도망(林道網) 밀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대폭 높여주는 ‘패스트트랙형 임업 집약화’가 필요하다.

둘째, 산림경영의 경제성과 산림 재난 방지의 동시 제고다. 천연림과 인공림의 구분이 명확해지면, 인공림 구역에서는 솎아베기(간벌)와 적기 수확 및 목조건축용 재목 공급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어 임업 소득을 끌어올린다. 동시에 천연림 구역에서는 무분별한 인공적 간섭을 줄이고 토사재해 및 산사태 방지의 자연적 스펀지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최근 대형 산불과 토사재해로 몸살을 앓는 한국 산림생태계의 안정성 제고에도 직결된다.

셋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흡수원 가치 재정립이다. 늙어가는 인공림은 적기에 수확하여 장기성 목재제품(HWP)으로 탄소를 고정하고 그 자리에 숲을 재조성해야 탄소 흡수량이 극대화된다. 보전 대상인 천연림은 탄소저장고로서 보호하되, 경제림(인공림)은 탄소흡수 공장으로서의 회전율을 높이는 분리 접근이 산림기후 환경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모든 산림을 똑같이 가꾸겠다’라는 당위적 접근은 노동력 부족과 지방 소멸의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대한민국 산림 정책 역시 제6차 기본계획의 이행 과정에서 공간 경계의 단편화를 극복하고, 천연림의 보전과 인공림의 집약적 경영이라는 ‘투트랙(Two-track) 단순화’ 전략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산림의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정밀한 선택과 집중이야말로, 우리 산림을 지속 가능한 ‘일터·쉼터·삶터’로 탈바꿈시키는 유일한 길이다.

pcs420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