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여름철 감염 질환 '식중독과 여행자 설사'

김광민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전문의
원인균 따라 치료도 달라…정확한 진단·적절한 치료 필요

김광민 대전선병원 감염내과 전문의(선병원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여름 휴가철이 되면 여행지 맛집을 찾거나 회식, 야외 바비큐, 캠핑 등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지만 즐거웠던 여행 이후 갑작스러운 복통과 설사, 구토, 발열로 병원을 찾는 사례도 함께 증가한다. 특히 함께 식사한 여러 사람이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면 식중독을 의심해야 하며, 여행 후 나타나는 복통과 설사는 여행자 설사일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며칠 쉬면 낫겠지" 하고 가볍게 넘기지만, 원인균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중독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독소 등에 오염된 음식을 섭취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여름철에는 높은 기온과 습도로 세균이 빠르게 증식하면서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특히 단체 회식, 뷔페, 도시락, 캠핑 음식처럼 많은 사람이 함께 먹는 환경에서는 집단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 중 또는 여행 직후 발생하는 급성 설사를 말한다.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해외뿐 아니라 국내 여행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은 수일 내 호전되지만 일부는 원인균에 따라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한 탈수를 일으킬 수 있다.

최근 식중독 원인균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것이 캄필로박터다. 덜 익힌 닭고기, 생닭을 손질하면서 발생한 교차오염, 오염된 물 등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감염되면 발열과 심한 복통, 설사가 나타나며 혈변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살모넬라균, 병원성 대장균, 장염비브리오균, 노로바이러스 등 다양한 원인균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며, 원인에 따라 잠복기와 증상, 필요한 치료가 모두 다르다.

설사가 생겼다고 무조건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이러스성 장염처럼 항생제가 효과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불필요한 항생제 사용은 오히려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거나 항생제 내성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고열이나 혈변이 동반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나 고령자는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증상만으로 판단하기보다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식중독이나 여행자 설사 대부분은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고 휴식을 취하면 회복되지만, △38.5도 이상의 고열이 지속될 때 △혈변이나 검은 변이 나올 때 △심한 복통이나 지속적인 구토가 있을 때 △하루 여러 차례 설사로 탈수 증상이 나타날 때 △증상이 3일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질 때 △영유아, 임산부, 고령자, 만성질환자에게 설사가 발생한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필요에 따라 혈액검사와 대변검사 등을 시행하면 원인균을 비교적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원인에 맞는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름철 식중독 예방의 기본은 손 씻기와 음식 위생관리다. 육류, 특히 닭고기는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고, 생고기를 손질한 칼과 도마는 채소나 과일을 조리하는 도구와 반드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 조리된 음식은 상온에 오래 두지 말고 냉장 보관하며, 여행지에서는 충분히 익히지 않은 음식이나 위생 상태가 불확실한 음식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복통과 설사를 가벼운 배탈이나 장염으로 여기고 넘기기 쉽지만, 원인균에 따라 치료 방법과 경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동시에 증상을 보이거나 고열, 혈변, 심한 복통이 동반된다면 신속하게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여름철 흔한 장염으로 가볍게 넘기기보다 원인균을 정확히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빠른 회복은 물론 합병증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