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침묵의 장기 '간', 증상 없어도 조기검진 중요

최유아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 전문의

최유아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 전문의(선병원 제공) /뉴스1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영양소를 저장하고 에너지를 생성하며, 독소를 해독하고 담즙을 만들어 소화를 돕는 등 500가지 이상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간은 상당 부분 손상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실제로 간은 약 70% 이상 손상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수 있어 평소 몸의 작은 변화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간 질환의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오인하기 쉬운 증상이 나타난다. 충분히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계속되거나 쉽게 지치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소화불량이 반복될 수 있다. 또한 오른쪽 윗배가 묵직하거나 불편한 느낌이 지속되기도 한다.

질환이 진행되면 피부와 눈의 흰자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나타날 수 있으며, 소변 색이 짙어지고 쉽게 멍이 들거나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복수가 차거나 다리가 붓는 증상이 동반될 수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간 기능이 크게 저하됐음을 의미할 수 있으므로 신속한 진료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간 질환은 지방간, 간염, 간경변, 간암이다. 지방간은 과도한 음주뿐 아니라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방간을 방치하면 간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간염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염증이 반복되면 간 조직이 딱딱하게 변하는 간경변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경변은 간 기능 저하뿐 아니라 간암 발생 위험도 크게 높이므로 조기 진단과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간 질환의 위험요인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과도한 음주를 지속하거나 비만인 경우,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 간 질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일반인보다 간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이러한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 질환은 비교적 간단한 검사로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혈액검사를 통해 간 기능 수치를 확인하고,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지방간이나 간경변 여부를 평가한다. 필요한 경우 CT나 MRI 같은 정밀검사를 시행해 보다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도 중요하다. 과도한 음주를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해야 한다. B형 간염 예방접종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되며, 만성 간염 환자는 전문의의 진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정기적으로 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간은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을 보이지 않는 장기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관리하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건강한 간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유 없이 피로가 계속되거나 소화불량, 오른쪽 윗배 불편감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는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를 비롯한 정밀검사를 통해 지방간, 간염, 간경변, 간암 등 다양한 간 질환을 진단하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간 건강은 증상이 나타난 뒤보다 증상이 없을 때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기적인 검진으로 간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