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끝에 폭염 덮친 충청권…"수해 복구는커녕" 타들어가는 농심(종합)

폭염 이어지는 충남과 또 많은 비 가능성 충북

빗물로 침수된 충남 부여군 시설하우스 단지 모습.ⓒ 뉴스1 김기태 기자

(충남충북=뉴스1) 김낙희 김용빈 기자 = 지난 8~10일 쏟아진 호우로 피해가 이어지는 충남과 충북의 농심이 타들어 가고 있다. 비가 그친 후 폭염까지 오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폭염이 덮친 12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대왕펄 수박·멜론 재배 단지에서 만난 이 모 씨(47)는 "호우와 폭염이 찾아와 애를 태우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농사를 망칠 판이라 초조한 표정이 얼굴에 가득했다.

그는 "올해 장마 기간이 지난해보다 짧고 비도 적게 내려 괜찮을 줄 아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수박 출하 시점에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작물은 한 번만 물을 머금어도 곧 썩으면서 상품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멜론 농사를 짓는 유 모 씨(60대)도 "당장 침수 피해는 없었으나 폭염이 이어지면서 병해충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우려된다"고 거들었다.

부여군의 지난 8~9일 누적 평균 강우량은 135㎜였다. 이 기간 사유 시설인 시설작물 침수 면적은 9.57㏊로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오이 침수 피해가 5.94㏊로 가장 컸고, 멜론 1.45㏊ 등이 뒤를 이었다.

부여군 관계자는 "비 피해 접수는 17일까지 각 읍면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최종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피해 접수 종료 후 복구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비 피해가 컸으나 올해는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 피해는 부여군은 물론 금산군(1.4㏊), 논산시(0.7㏊), 공주시(0.36㏊)에서도 발생했다. 대전에서는 동구 대동 비닐하우스 1동이 침수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대전과 충남의 누적 강수량은 천안 266㎜, 계룡 257.5㎜, 대전(장동) 239㎜, 청양 226㎜, 공주 218.5㎜, 논산 172.5㎜, 아산 132㎜, 예산 104.5㎜, 홍성 76.9㎜, 보령 68.8㎜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충남 공주시·논산시·서천군·보령시(도서 제외)·금산군 등과 대전 전역에 폭염경보가 발효 중이다. 대전과 충남 전역의 이날 낮 최고기온도 33도 이상 올라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집중호우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의 한 시설하우스. ⓒ 뉴스1 장예린 기자

충북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 호우로 농작물 침수 피해를 본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 주민은 비가 그친 뒤 마을 상황에 대해 "밭은 질고 또 비가 온다니 피해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9일 청주에 200㎜가 넘는 장맛비가 쏟아지면서 이 마을을 따라 흐르는 수석천이 범람해 인근 논밭과 비닐하우스 등을 삼켰다. 비가 그친 지 사흘이나 지났지만, 농민들은 아직 손도 쓰지 못하고 있다.

논밭은 여전히 물기를 머금고 질어 장비도 사람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고 진흙투성이가 된 농작물은 이미 시들기 시작해 상품 가치를 잃어가는 상황이다.

연일 이어진 폭염도 야속하다. 뜨거운 낮을 피해 자잘한 작업을 하다 보니 복구 속도도 더디다. 다음 주부터 다시 내린다는 비 소식도 걱정이라고 한다.

농민 하재훈 씨는 "벼는 크게 문제가 안 되는데 비닐하우스는 아직 땅이 질어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날도 뜨겁고 곧 다시 비가 온다고 하니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했다.

다른 농민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신호섭 씨는 "하우스나 밭작물은 침수되면 쓰질 못한다"며 "더위를 피해 간간이 살림살이를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10일 충북도내 전역에는 2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며 소방당국에는 330건이 넘는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도도 이번 호우 피해 상황을 계속 집계하고 있다.

비가 그친 뒤에는 폭염 특보와 함께 올해 첫 열대야 주의보가 발령됐다. 충북에는 정체 전선이 남하하면서 15~16일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됐다.

luck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