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의식' 가질 수 있나…"과학적 판단 기준부터 다시 살펴야"

IBS-몬트리올대-뉴욕대 공동연구팀, 의식 연구 새 방향 제안

의식 연구에서 '지각'과 '의식적 경험'이 혼동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식도(IBS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동물, 인공지능(AI), 태아, 오가노이드까지 다양한 존재가 의식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들의 과학적 근거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연구가 발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하콴 라우 연구단장, 캐나다 몬트리올대학교 빈센트 타셰로-뒤무셸교수, 미국 뉴욕대학교 조세프 르두 명예교수 공동연구팀이 현 의식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를 지적하고 보다 엄밀한 의식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향을 제안했다고 27일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AI도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학계와 산업계, 언론 전반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일부 AI 기업과 연구자들은 최신 인공지능 모델이 주관적 경험을 느낄 수 있는 능력(감응성)을 지닐 가능성을 언급하며 AI의 권리와 복지 문제까지 논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논쟁은 인공지능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뉴욕 동물 의식 선언'은 포유류와 조류뿐 아니라 곤충과 연체동물까지도 의식적 경험을 지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태아의 의식이 언제 시작되는지, 실험실에서 배양된 뇌 오가노이드(뇌 유사 조직)가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동물 복지, AI 윤리, 생명윤리와 맞닿아 있다. 특정 존재가 의식을 가진다면 이를 도덕적 고려의 대상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주장들이 실제 어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의식 연구에서 사용되는 많은 실험 방법들이 '의식적 경험'과 '일반적인 지각·인지 처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방법론적 한계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한계가 동물·AI·태아·오가노이드 등 서로 다른 대상의 의식 여부를 판단할 때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상충되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의식 연구가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동물의 의식을 추론하는 등의 과거 문제를 거듭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진은 신경심리학적 임상 사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맹시 환자와 반측 무시 환자는 모두 손상된 쪽 시야 대상을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자극이나 장애물이 이후 행동이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보인다.

이 사례들은 의식적 경험과 정보 처리가 서로 분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두 과정을 구분해 연구할 중요한 단서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교신저자 하콴 라우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단장은 "이번 연구의 목적은 특정 대상이 의식을 가지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장들이 어떤 과학적 근거 위에서 도출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있다"며 "기존 연구들이 의식이 있다, 혹은 없다는 답을 내는데 집중해 왔다면, 이번 연구는 그 답이 도출되는 방식 자체가 타당한지를 다시 검토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존재가 의식을 가지는지에 대한 논의가 윤리적·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가지는 만큼,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과학은 더 엄밀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가 의식적 경험과 일반적인 정보 처리를 구분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연구 방법론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실험적 근거를 축적하는 후속 연구를 계속할 계획이다. 향후 인간과 동물, AI 시스템의 정보 처리 및 의식적 경험을 보다 엄밀하게 구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런(Neuron)'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