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4배 많은 자폐증, 유전자 돌연변이 강하면 '성별 방패' 뚫는다
IBS-연세대 의대 공동연구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자폐증은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일정 수준의 충격을 흡수하는 보호막이 있는 것처럼, 같은 유전자 변이에도 여성에게서는 증상이 가볍거나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여성을 자폐증으로부터 지켜주는 '성별 보호막'도 강력한 유전자 변이 앞에서는 효력을 잃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김은준 연구단장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이은이 조교수 공동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자폐증에서의 성별 차이와 '여성 보호 효과' 가설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어려움과 반복 행동을 주요 증상으로 하는 신경 발달 장애다. 전 세계 인구의 약 3.2%가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약 4배 많은 뚜렷한 성별 차이를 보이지만 그 원인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
자폐증의 핵심 유전자 중 하나인 CHD8 유전자는 DNA 구조를 조절해 여러 유전자의 발현을 이끄는 일종의 '유전자 지휘자' 역할을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한 신경 발달 장애의 주요 원인 유전자로 꼽힌다.
기존 연구들은 부모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한 쌍의 CHD8 중 한쪽에만 변이가 있는 '이형접합' 생쥐 모델을 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이 모델은 자폐 관련 증상이 매우 약하게 나타나 발병 원리를 자세히 밝히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두 유전자 모두에 변이가 있는 '동형접합' 생쥐는 배아 단계에서 사망해 종전 방식으로는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유전적 배경이 다른 생쥐를 교배하는 방식으로 그동안 생존이 어려웠던 동형접합 CHD8 변이 생쥐 모델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이형접합 변이 생쥐와 비교해 뇌 발달 단계와 부위에 따른 뇌 부피, 뇌혈류량, 신경세포 활동, 신경세포 간 신호 전달, 유전자 발현 양상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전사체 분석을 통해 시냅스 기능, RNA 스플라이싱, 미토콘드리아 활성 관련 유전자들이 남녀 간 자폐 취약성과 보호 효과 차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형접합 변이 생쥐 모델에서는 자폐 관련 행동 이상이 주로 수컷에게서만 나타났지만, 새롭게 개발한 동형접합 변이 생쥐에게서는 암수 모두에서 뚜렷한 증상이 확인됐다. CHD8 유전자 변이가 강할수록 암컷에서 상대적으로 나타나던 보호 효과가 무력화돼 남녀 간 증상 차이가 사라졌다.
연구팀은 특히 생후 25일 암컷에서는 시냅스 관련 유전자들이 활성화돼 CHD8 변이 영향을 스스로 상쇄하는 '보호 효과'가 작동했지만 생후 56일 성체가 되면 보호적 발현이 사라지고 오히려 하향 조절로 전환되는 사실도 관측했다.
이는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유전자 변이의 강도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향후 자폐증 연구에서 중증도와 성별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연구 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중증 자폐의 발병 원리를 뇌 회로 및 유전자 수준에서 입체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자폐증의 성별 차이가 유전자 변이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해 향후 성별 및 중증도를 고려한 맞춤형 자폐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분자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온라인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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