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조현병 치료 새 지평⋯뇌 회로 편집·재구성하는 '신트로고' 개발

IBS-KBRI 공동연구…시냅스 정밀 제거해 뇌 회로 변화
동물실험으로 학습 및 기억 능력 증진 확인

신트로고에 의한 시냅스 제거 및 잔존 시냅스의 구조적, 기능적 강화(IBS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과 한국뇌연구원(KBRI) 공동연구진이 별세포를 이용해 원하는 시냅스를 정밀 제거해 뇌 회로를 재구성하는 '신트로고'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시냅스 제거로 뇌 회로의 구조와 기능 자체를 변화시킨 첫 사례로, 자폐·조현병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뇌는 수조개의 시냅스가 복잡하게 연결된 회로 '커넥톰'으로 이뤄져 있다. 이는 기억, 감정, 판단 등 인지 과정의 토대가 된다. 그동안 뇌 연구는 시냅스를 통한 신경세포 간 정보 전달 조절에 집중돼 왔다. 정보가 흐르는 통로인 커넥톰 자체를 편집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다.

연구진은 면역세포가 상대 세포의 일부분만 마치 뜯어 먹듯 떼어내 제거하는 '트로고사이토시스' 현상에 착안해 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합성 단백질을 제작했다. 신경세포의 시냅스에는 형광단백질(GFP)을, 별세포에는 이에 결합하는 나노바디 수용체를 발현시켜 두 세포가 강하게 결합하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별세포가 표적 시냅스 부위를 효과적으로 포획하고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별 세포가 신경세포 전체를 손상하지 않고 목표한 시냅스만을 떼어먹어 뇌 회로를 편집하도록 만드는 신트로고는 이렇게 탄생했다.

이 기술을 생쥐의 해마 신경회로에 적용하자 시냅스 밀도가 약 27%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시냅스가 줄면 뇌 기능도 저하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살아남은 시냅스들의 크기가 커지고 기능이 대폭 강화되는 등 '양적 감소'가 '질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전자현미경 분석 결과, 남은 시냅스들은 신경전달물질 소낭의 수와 미토콘드리아 부피가 증가하며 구조가 더욱 견고해졌다. 특히 신경 가소성에 핵심인 가시돌기 소포체를 갖춘 스파인 비율이 크게 늘어 신호를 보다 확실하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뇌 회로가 재편됐다.

신경 연결이 강화되는 현상인 장기강화(LTP)도 늘어 신경 가소성과 회로 전체의 학습 능력이 향상됐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가 실제 인지 기능 향상으로 이어짐을 동물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신트로고 기술이 적용된 생쥐는 약한 자극으로 형성된 공포 기억을 더 선명하고 오래도록 유지했다. 기억 소거 후에는 기존 기억에 고착되지 않고 새로운 기억으로 유연하게 대체하는 능력을 보였다.

공동 교신저자 KBRI 이계주 책임연구원은 "시냅스가 감소한 상황에서도 뇌 회로가 스스로 적응하고 기능을 강화하는 근본 원리를 규명했다"며 "다양한 뇌 질환 모델에서 인지 기능 회복을 위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 교신저자 IBS 이창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시냅스 수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조현병이나 자폐증, 혹은 시냅스 손실이 특징인 퇴행성 뇌 질환 치료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신저자 IBS 이상규 차세대 연구리더는 "합성생물학적 접근으로 뇌 회로를 시냅스 단위로 편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이 기술은 미래 '커넥톰 편집' 시대의 기술적 근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온라인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