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기반 국가 라디오맵 기반 기술 개발…위치 주권 확보 신호탄

KAIST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 연구팀

가스 검침원 앱을 사용한 대전시 라디오맵 구축현황(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신호와 라디오 맵을 결합해 실내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최근 '1대 5000 정밀지도'의 해외 반출 논란과 맞물려 데이터 주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기술은 글로벌 빅테크 의존도를 낮추고 위치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 연구팀이 스마트폰 무선랜 '와이파이(Wi-Fi)' 신호와 실제 주소 정보를 결합해 전국 단위의 무선랜 라디오맵을 구축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자 이를 기반으로 정밀 위치 인프라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연구팀이 8년간 10여건의 특허를 출원하며 완성도를 높여온 결과다.

이번 기술은 일상에서 스마트폰이 수집하는 무선랜 신호를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별도의 대규모 장비나 추가 인프라 구축 없이 전국 어디서나 정밀한 위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GPS가 취약한 실내·지하·고층 건물 밀집 지역에서도 높은 정확도를 가진다.

특히 이번 연구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해 온 위치 서비스 구조에 도전하는 기술로 평가된다. 현재 전 세계 위치 데이터는 소수 빅테크 기업에 의해 축적·관리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이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국가 단위 라디오맵을 우리 스스로 구축·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앱 사용 과정에서 수집되는 무선랜 신호와 해당 위치의 실제 주소 정보를 자동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특정 장소마다 고유한 '신호 패턴 지도(신호 지문)'를 구축할 수 있다.

KAIST 전산학부 한동수 교수 연구팀. 왼쪽부터 한 교수, 손규호 박사, 문병철 박사, 안수민 박사, 채승우 박사과정(KAIST 제공) /뉴스1

라디오맵이 충분히 축적될 경우 정밀 위치 인식이 가능해진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라디오맵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위치 정확도 또한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구조다.

실제로 대전시에서 가스 검침 앱을 활용한 실증 결과, 아파트 가정마다 평균 30여개의 무선랜 신호가 탐지돼 도시 단위 라디오맵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와 같이 구축된 라디오맵을 기반으로 실종자 수색 등 긴급 구조 상황에서 수백 미터에 달하던 위치 오차를 크게 줄여 골든타임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장소에서만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위치 기반 인증' 기술로 활용될 경우 명의 도용이나 원격 결제 등 금융사고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자율주행, 로봇, 물류 등 미래 인공지능(AI) 산업에서도 정밀 위치 데이터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번 성과는 관련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교수는 "국가 단위 라디오맵 구축은 특정 기업 단독으로 수행하기 어려워 정부를 중심으로 통신사, 플랫폼 기업, 연구기관이 협력하는 민관 공동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위치 인프라는 단순한 편의 기술을 넘어 국가 데이터 주권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 소방청 및 산업기술기획평가원(KEIT)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