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온·상압에서 고밀도 은 셀레나이드 열전소재 제조 기술 개발

화학현 강영훈 박사 연구팀

열전소재 적용 사례(화학연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화학연구원은 강영훈 박사 연구팀이 기존보다 낮은 온도·압력 조건에서 '은 셀레나이드(Ag₂Se)' 기반 친환경 고성능 열전소재를 제조하는데 성공했다고 31일 밝혔다.

열과 전기를 서로 변환할 수 있는 열전소재는 전자기기 냉각 및 버려지는 열을 활용한 발전 등 다양한 용도의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로 소재 양면을 냉각·가열하는 펠티어 효과 방식과 온도 차이로 발전하는 제백 효과 방식으로 나뉜다.

펠티어 방식은 전기가 흐르면 표면 냉각이 되는 특성을 활용해 컴퓨터 부품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쿨러, 캠핑용 소형 냉장고 등 냉각 용도의 제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다.

제백 효과 방식은 우주 탐사 장비의 열전 발전기, 공장·차량 배기가스의 버려지는 열 활용 발전기 등 차세대 에너지 생산 기술로 활용·연구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대표적인 열전소재는 비스무스 텔루라이드(Bi2Te3) 소재 계열이다. 그러나 재료로 쓰이는 텔루륨 등 희귀 원소가 가격 변동성이 크고 독성으로 인한 환경 부담 등 단점이 있다. 또 제조 시 분말 합금화와 응집 공정을 거치는데 높은 열전 성능을 얻기 위해 다양한 합금, 도핑 등 복잡한 조성 제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강영훈 박사 연구팀. 왼쪽부터 정명훈 박사후연구원, 박병욱 선임연구원, 한미정 책임연구원, 강영훈 책임연구원(화학연 제공) /뉴스1

연구팀이 활용한 은 셀레나이드 소재는 상용 소재와 달리 매장량이 풍부한 은(Ag)과 셀레늄(Se) 2가지 물질만 쓰여 제조 과정에서 유해 물질 배출 없어 친환경적이다.

연구팀은 은 셀레나이드 나노입자를 수용액 공정으로 합성한 뒤, 셀레늄을 추가로 첨가한 새로운 조성(Ag₂Se1.2)을 설계했다. 이후 간단한 열처리 공정을 통해 고밀도 열전 소재를 만들어냈다.

핵심 원리는 셀레늄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액체로 변하는 특성을 활용해 액상 소결과 유사한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열처리 과정에서 셀레늄이 액체 상태가 되면서 은 셀레나이드 나노입자 사이로 스며들어 빈 공간을 채운다. 입자들을 서로 결합·성장시키면서 고밀도의 치밀한 구조를 형성한다.

이 구조는 전기가 잘 흐르면서도 열 전도율은 효과적으로 억제해 온도 차이에 따른 발전 효율과 열전 성능을 높인다.

실험 결과, 개발된 n형 은 셀레나이드계 소재는 393K(약 120도)에서 열전 성능지수(zT값) 0.927을 기록, 상용화된 n형 비스무스 텔루라이드계 소재의 성능지수 1.0에 근접한 결과를 보였다.

압축 강도와 탄성률은 기존 소재 대비 2배 이상 향상돼 복잡한 형태의 제품에도 빈틈없이 맞춤 제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최대 약 1000도에 달하는 고온 공정이나 수백 메가파스칼(MPa) 수준의 고압 소결(응집) 공정 장비 없이 약 35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와 상압에서 열처리만으로 고밀도 구조를 형성할 수 있어 공정 단순화와 제조 비용 절감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번 기술은 산업 공정 폐열, 데이터센터, 태양열 발전 등에서 열을 전기로 바꾸는 소형 발전 시스템에 활용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웨어러블 사물인터넷(IoT) 기기나 헬스케어 센서의 보조 전원으로도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복잡한 도핑이나 고온·고압 공정 없이도 고성능 열전소재를 구현한 것이 핵심성과"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콤포지트 앤 하이브리트 머티리얼스(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에 게재됐다. 화학연·창원국립대 정명훈 박사후연구원과 화학연 박병욱 박사가 1저자로, 강영훈·한미정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화학연 기본사업, 중소벤처기업부 기술 개발사업, 글로벌 학습 및 학술연구기관 석박사 과정 학생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