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불났어" 마지막 통화…이직 준비한 아들, 걸어둔 정장만 남았다
안전공업 참사 30대 희생자 유족 "걱정 안시키려 애쓰던 아이"
"기름때에 절었던 작업복…전세사기 탓 회사 계속 다녔는데" 한탄
-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작업복이 항상 기름때에 절어있었어요. 세탁을 손으로 먼저 해야 할 만큼. 힘든 모습 보여주지 않으려고,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항상 씻고 정갈하게 집에 오고 그랬어요"
백 씨(35)는 어려서부터 손이 안가는 아들이었다. 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든 차분하고 계획적으로 해나갔다고 한다.
꼼꼼하고 밝은 성격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충분했다. 대인관계가 활발했던 백 씨는 주위에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서 놀기도 좋아하는 청년이었다.
독립한 아들과 같이 대전에 살면서도 백 씨의 모친은 아들의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안전공업에 입사한 뒤로 힘들다는 투정은 없었지만, 수요일을 제외하면 매일같이 오후 9시까지 고된 근무에 시달려야 했다.
피곤한 아들을 배려해 평소 전화도 조심스러웠던 엄마다. 공장에 불이 나기 이틀 전에는 같이 여행을 가자며 백 씨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엄마 불났어"
해맑았던 아들의 목소리는 지난 20일 오후 1시28분, 안전공업 공장에 불이 난 지 약 10여분 뒤 비명으로 바뀌었다. 백 씨와 주변이 소리치는 사이 들린 마지막 말은 짧고 다급했다.
처음엔 큰 소리가 잇따라 들린 탓에 구조대가 도착했다고 믿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연신 누르며 3시간가량을 기다린 뒤에야 아들의 위치가 공장 안으로 확인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족들은 백 씨의 마지막이 어땠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참사가 일어난 지 5일이 지난 뒤에야 유족들은 대전의 한 장례식장에서 백 씨의 마지막을 함께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속을 썩인 적 없는 아들'이라고 사랑하는 고인을 떠올렸다.
안전공업에서 지게차를 몰았다는 백 씨는 독립했을 때 전세사기를 당해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도 가족의 서류가 필요한 때가 돼서야 사실을 털어놨을 만큼 속이 깊은 아들이었다.
백 씨 모친은 그가 거주를 옮기지 못해 빠르게 이직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전 직장 동료와 만나 이직과 관련된 얘기를 나누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공장에 불이 나지 않았다면, 백 씨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약속을 지킬 수 있었을까. 백 씨의 집에는 넥타이와 함께 걸어둔 가지런한 정장 한벌만 남았다.
백 씨의 어머니는 "걱정하지 않게 집에 올 때는 항상 씻고 옷을 갈아입고 오곤 했다"며 "여름에는 에어컨도 없이 일해서 땀흘리고 힘든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했다"고 생전 아들의 모습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도 다 해결이 돼 간다. 걱정하지 말라며 해결이 되면 여행을 가자고 한 게 불이 나기 이틀 전이었다"고 힘겹게 말을 이었다.
유족들은 그가 항상 밝고 성실했던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있다. 백 씨의 발인은 오는 26일 엄수된다.
한편, 이번 참사 희생자 14명의 신원이 전날 모두 확인됨에 따라 장례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전날 희생자 4명의 빈소가 마련, 대전시 등의 지원으로 나머지 희생자들의 빈소도 곧바로 마련되고 있다.
jongseo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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