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통합에 가까이 갔다가…여야 모두 '뺄셈의 정치'

[대전·충남 통합 무산]② 중대 현안 앞에 왜 갈라졌나

편집자주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결국 무산됐다.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시작한 통합 논의는 더불어민주당이 뒤늦게 뛰어들며 3개월 여 지역을 뜨겁게 달궜다. 하지만 정치권의 일방적인 속도전에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요구가 쏟아지며 결국 무산 수순을 밟고 있다. 통합 논의 시작부터 그 과정에서 드러난 협치 실종, 앞으로의 과제를 점검한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충남대전 통합특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충남·대전 행정통합 촉구 및 국민의힘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2026.2.23 ⓒ 뉴스1 이승배 기자

(대전충남=뉴스1) 박종명 김낙희 기자 =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 무산된 가장 큰 요인은 정치 지형이 낳은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 시도의 단체장과 시도의회가 국민의힘 소속인 반면 중앙정치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구조에서 필연적으로 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광역단체장이나 시도의회가 같은 당이어서 대전·충남보다 뒤늦게 출발하고도 20조 원 지원, 2차 공공기관 이전 우대의 첫 수혜자가 된 전남·광주와는 태생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대전만 해도 대전시장과 대전시의회가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반면 국회의원은 7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이어서 통합 과정 내내 접점은커녕 평행선만 달릴 뿐이었다.

대전·충남 통합을 놓고 여야가 그 동안 보인 모습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법안을 상정할 때는 민주당이, 민주당 주도의 법안이 마련됐을 때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서로 발목잡기만 할 뿐이었다.

수도권 일극체제 극복과 세계와 경쟁할 광역경제권의 탄생이라는 목표와 기대는 같았지만 속내는 달랐다. 한쪽은 지방선거를 앞둔 속도전이라는 이유를 들어, 또 다른 쪽은 법안이 '종합선물세트'라고 비판하며 주도권 잡기에만 몰두했다. 지역 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법안에 대해 흠집내기에만 여념이 없었다.

통합이 무산 국면에 들어서자 책임 공방은 날선 비방으로 비화했다. 여당은 "20조 원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우대라는 지역 발전의 호기를 발로 걷어찼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국민의힘은 "숙의 과정을 거쳐 내놓은 법안을 맹탕·졸속 법안으로 만든 민주당이 책임져야 한다"며 맞섰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 대전시의회와 충남도의회 의장을 '매향노 5적', 국민의힘은 대전지역 민주당 국회의원 7명을 '병오 7적' 등으로 규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 등이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대전·충남 졸속 통합 반대 범시·도민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2.24 ⓒ 뉴스1 신웅수 기자

여야의 대치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좌절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더욱 격화할 공산이 크다. 대전과 충남은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1기 혁신도시에서 배제됐다. 지난 2020년 10월이 돼서야 대전 전역이 혁신도시로 지정·고시됐지만 5년 넘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대전·충남 통합 무산으로 공공기관 이전 우대는커녕 2차 공공기관 이전에서조차 홀대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지만 지방선거에서 그 책임을 놓고 더욱 더 상대를 몰아붙일 태세다.

지역에서는 대전·충남 행정 통합 무산을 계기로 지역의 중대 현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머리를 맞대는 모습부터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도 더불어민주당 복당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통합 과정을 지켜보며 협치가 실종됐다는 것에 굉장히 아쉽게 생각한다"며 "여야 간에 좀 대화가 되는 점이 있었더라면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대전·충남 행정 통합은 추진 과정에서 지역의 허약한 정치력, 협상력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소속 정당은 다르더라도 대전·충남 행정 통합이라는 중대 현안에 대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뺄셈 정치에 급급했다. 그 결과 가장 먼저 통합에 가까이 다가섰으면서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참담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cmpark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