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한달 300만원 '껑충'…"하우스 보일러에 기름 끊을판"(종합)

치솟는 유가에 농·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름
"어선 면세 경유도 드럼당 1만4000원이나 올라" 하소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넘어선 9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휘발유·경유 가격이 표시되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열린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석유 제품에 최고 가격제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2026.3.9 ⓒ 뉴스1 최지환 기자

(전국=뉴스1) 김낙희 장예린 한귀섭 양희문 박민석 기자 =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가파르게 오른 유류비에 애먼 농민과 어민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면세유 가격이 치솟은 탓이다. 특히 고유가 시기에 어김없이 함께 오르는 비료 가격도 인상될 조짐이다.

9일 찾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 방울토마토 주산지인 이곳에서는 500여 농가가 311㏊ 면적에서 연간 방울토마토 2만여 톤을 출하한다고 한다.

농민 최 모 씨(50대)는 "꽃샘추위가 밤마다 이어지는데 시설하우스 보일러에 기름(면세 등유)을 넣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시설하우스 내 보일러를 계속 돌리자니 바닥 난 등유를 다시 채워 넣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방울토마토)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보일러를 꺼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동 사태 이전에는 리터당 1000원대였던 면세 등유 가격이 현재는 1200~1300원대로 치솟았다며 3월 한 달이 고비라고 덧붙였다.

줄곧 인력난에 시달리던 농촌에 이젠 고유가 여파까지 덮친 셈인 데다 낮은 출하 가격도 발목을 잡고 있다.

딸기 주산지인 논산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논산시에서는 26~29일 딸기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농민 김 모 씨(40대)는 "출하 막바지인 시기인데 보일러를 계속 돌리자니 난방비가 치솟고 끄자니 딸기 체험 등의 진행이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고개를 떨궜다.

보령시 앞바다의 상황도 농촌만큼이나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대천항에는 통발·자망·안강망 등 어선 600여 척이 조업에 나서고 있다.

이 모 선장(60대)은 "인력난이 심해 웃돈을 줘가며 외국인 노동자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어선에 넣는 경유(면세 경유) 가격이 최근 드럼(200리터)당 1만4000원이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충북 시설하우스 농가 시름 깊어져

충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최근 난방비 부담이 커진 시설하우스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딸기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평균 5~10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온도가 낮아지면 수정 불량으로 기형 딸기가 발생하거나 저온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한 농민(청주 청원구)은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져 겨울보다는 난방을 덜 하지만 비용 부담은 여전히 크다"며 "딸기가 얼어 죽기 때문에 난방은 필수"라고 치솟는 기름값을 걱정했다.

또 다른 농민은 "기름값이 계속 오르지만 딸기 품질을 유지하려면 난방이 필요하다"며 "보조금을 지원할 때 유가 상승을 반영해야 하는데 매번 비슷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치솟은 기름값 걱정은 딸기 재배 농가뿐 아니라 토마토 등 시설 채소 재배 농가도 크다고 한다.

충북 농민들은 하루빨리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난방비 부담이 덜한 따뜻한 봄날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강원 지역 농가도 울상

강원 지역 시설 농가들도 울상이다.

최근 기온이 크게 올라 상황이 나아졌다지만 밤이면 영하로 크게 떨어지는 상황 때문이라고 한다.

멜론 농사를 짓는 신 모 씨(춘천 신북읍)는 원래라면 지금쯤 멜론 모종을 심어야 하지만 기름값이 오르면서 다음 달로 미뤄둔 상황이다.

신 씨는 "원래 멜론을 빨리 심고 방울토마토 농사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새벽에 기온도 크게 떨어지고 기름값이 너무 높아 미뤘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남는 것도 없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경기 지역 시설 농가들도 고민 커져

경기 지역 시설 농가들도 치솟는 기름값과 전기료에 따라 고민이 커지고 있다.

딸기 농장을 운영하는 A 씨(경기 남양주)는 "겨울철 한 달 난방비가 평균 1200만 원 정도인데 이번 달엔 1500만 원 넘게 나올 것 같다"며 "앞으로 더 오를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고양과 용인에 위치한 대규모 화훼단지도 난방비 고통을 겪고 있다.

꽃은 추위에 약해 온종일 온실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난방비가 월평균 약 1000만 원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지역도 난방비 상승 걱정

경남 지역에서 시설하우스 딸기를 재배하는 농가 역시 난방비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딸기를 재배하는 전주환 씨(진주 금곡면)는 "농협에서 오늘(9일)까지 1300원대에 팔던 면세 등유가 내일부터 1700~1800원대까지 오를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아직 날씨가 추워 하우스 난방이 중요한 시기인데 기름값 때문에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농민들은 난방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라며 "지금 난방을 줄이면 작물 상품성이 떨어져 한 해 농사를 망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농민은 "면세 등유 가격도 문제인데 진짜 문제는 곧 사용량이 폭증하는 비료 가격도 문제"라며 "벌써 인상 조짐이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 내로 유류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고 가격 담합, 가짜 석유 판매, 정량 미달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점검도 실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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