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생성 차단' 스위치 찾았다…'비만 근원 제어' 가능성 열려

KAIST 생명과학과 연구팀

지방세포 유전자 조절 모식도(KAIST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비만과 지방간,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지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조절할 방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지방세포는 한 번 형성되면 쉽게 줄어들지 않아 치료가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지방 형성을 막는 '스위치'가 존재함을 밝혀냈다. DNA 자체를 바꾸지 않고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후성유전체 스위치'가 지방세포 생성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가 규명돼 향후 비만과 대사질환을 보다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KAIST는 생명과학과 임대식 교수와 강주경 교수 연구팀이 '히포(Hippo)' 신호전달경로의 핵심 조절 인자 '얍/타즈(YAP/TAZ)'가 지방세포 분화과정에서 후성유전체 수준의 '분화 억제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방세포 분화과정은 지방 전구세포 또는 줄기세포가 성숙한 지방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연구팀은 얍/타즈가 자신의 하위 표적인 '비글스리(VGLL3)'를 통해 지방세포 형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의 작동을 광범위하게 억제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

세포 분화는 단순히 하나의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문제가 아닌 여러 유전자와 DNA 조절 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복합적인 과정이다.

연구팀은 성장 중인 중단 간계 세포인 전구세포가 지방세포로 분화하는 전 과정을 추적해 유전자 발현 변화와 후성유전체 변화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기술을 활용했다.

그 결과 얍/타즈가 활성화된 조건에서는 지방세포 정체성을 만드는 유전자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못하고 몸속 에너지 저장과 사용을 조절하는 피피에이알감마(PPARγ)를 중심으로 한 지방세포 분화 네트워크 전반이 억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은 지방조직 단일세포 분석을 통해 얍/타즈의 새로운 표적 유전자로 비글스리를 발굴했다.

기존에는 얍/타즈가 피피에이알감마와 직접 결합해 그 기능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비글스리가 지방세포 유전자들의 DNA 조절 부위인 '인핸서'를 억제해 지방세포 분화 프로그램 전체를 간접적으로 제어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지방세포가 언제, 얼마나 강하게 만들어질지를 결정하는 핵심 타이밍 조절에 히포 신호전달 경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조직의 기능 이상은 비만, 인슐린 저항성,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과 깊이 연결돼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얍/타즈-비글스리-피피에이알감마 축의 조절 원리가 지방세포 형성과 기능 이상에 어떻게 관여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를 통해 향후 대사질환 조절·치료의 새로운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지방세포 분화가 단순한 유전자 조절을 넘어 후성유전체 수준에서 정교하게 제어된다는 점을 최초로 규명한 성과"라며 "지방세포의 정체성 변화 기전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장기적으로는 대사질환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KAIST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설태준 학생과 강주경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즈(Science Advances)에 출판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