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 특별법' 속도전에 우려·반대 목소리도 고조

시민단체 연일 성명 “숙의 공론 과정 없어”
학계 “비효율적이더라도 되돌릴 수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전·충남 국회의원 오찬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12.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전=뉴스1) 박종명 기자 = 여야 정치권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제정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통합 시장을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시민단체와 학계에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함께 터져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도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되며 새 법안을 1월 중에 마련해 늦어도 내년 3월 말에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지역 시민단체는 연일 반대 성명을 쏟아내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대전과 천안아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2일 공동 성명을 통해 숙의 공론 과정 없는 대전 충남 통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실련은 "주민 동의도 공론 과정도 없이 방향을 정해놓고 속도만을 강요하는 현재 모습은 행정 혁신이 아니라 정치적 폭주에 가깝다"며 추진 과정에서 주권자인 시민과 도민이 철저히 배제된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통합 논의가 노골적인 정치 논리와 결합돼 있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주민이 결정해야 할 사안에 중앙정부가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숙의와 공론 과정 없는 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대전충남 행정구역 통합에 따른 경제와 재정적 비용, 행정적 혼란, 지역 간 불균형 심화 가능성 등 모든 내용을 숨김 없이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대전·충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지난 19일 공동 성명을 통해 "김태흠, 이장우 두 시·도지사의 선언으로 시작된 행정통합 논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으로 급속히 정치 일정 안으로 편입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전과 충남의 주민들은 충분한 설명도 선택의 기회도 갖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방자치의 구조, 재정 배분, 행정 권한, 지역 정체성 전반을 뒤흔드는 중대한 선택"이라며 "그럼에도 현재 논의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이 '규모의 확대'로 지역의 경쟁력을 보장한다는 단순한 논리에도 동의하기 어렵다"며 "대전과 충남은 서로 다른 도시 구조와 산업 기반, 인구 특성을 지닌 지역으로 통합이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여부는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와 전문가 검증, 시민 숙의를 통해 판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통합 속도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시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절차를 명확하게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12일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대전충남 행정통합 설명회 및 시민 한마음 촉구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대전충남 특별법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12.12/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학계에서도 정치권 시간표에 의한 일방적인 속도전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대전과 충남의 행정 통합은 비용과 지자체 이념, 정체성 등의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데 단순히 인구 360만 명, 수도권 대항마, GRDP 증대 등의 장및빛 청사진만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세계적으로 초광역 수요와 초광역경제권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처럼 대도시권 광역정부와 도농복합지역이 넓게 펼쳐져 있는 광역정부를 하나로 합치는 경우는 없다"며 "두 개를 합쳐 효과가 없으면 비효율적이더라도 너무 많은 비용을 치렀기에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권선필 목원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도 "여야 정치권이 다들 한다고는 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진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단계"라며 "그 동안 얘기한 것에 더해 어떤 비전이 있는지, 입법 과정에서 구체적 내용은 무엇인지, 세종과 충북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당연히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 빨리 답을 내놓지 않으면 정치권끼리 앉아서 정략적으로 한다고 밖에 얘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mpark6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