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세라믹 전지 초고온 공정 한계 해결…생산·안정성 혁신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기계공학과 이강택 교수 연구팀이 프로토닉 세라믹 전기화학전지(PCEC)의 초고온 제작 공정 한계를 해결한 신공정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전기와 수소를 동시 생산할 수 있는 프로토닉 세라믹 전지의 핵심 재료인 전해질에는 바륨(Ba)이 포함돼 있다. 바륨은 1500도 이상 고온에서 쉽게 날아가 전지 성능 저하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증기 확산'이라는 새로운 열처리 방법을 고안했다. 전지 옆에 특수 보조 소재(증기 발생원)를 배치하고, 여기에 마이크로파를 조사해 증기가 빠르게 확산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온도가 약 800도에 도달하면 보조 소재에서 나온 증기가 전해질 쪽으로 이동해 세라믹 입자를 단단하게 결합시킨다. 이 기술 덕분에 기존 초고온 공정을 단 980도에서도 완성할 수 있었다.

이 공정으로 제작된 전지는 600도에서 손톱만 한 1㎝² 크기로 2와트(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생산, 시간당 205밀리리터(mL)의 수소를 생성했다. 500시간 연속 사용에서도 성능 저하 없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

또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가상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실제 실험에서는 관찰하기 어려운 전지 내부 미세 구조에서의 가스 이동 현상까지 분석해 기술 신뢰성을 높였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증기를 이용해 열처리 온도를 500도 이상 낮추면서도 고성능·고안정성 전지를 만든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인공지능(AI) 시대의 전력 문제와 수소 사회를 앞당길 핵심 제조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KAIST 기계공학과 김동연 박사, 강예진 박사과정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