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자원 화재는 '인재'…배터리랙 전원 차단 없이 작업해 발생(종합)

UPS 전원만 차단…전선 분리 등 절연조치도 없이 작업
열폭주 가능성은 배제…국정자원 원장 등 총 19명 입건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4일차 합동감식이 시작된 가운데, 합동감식반이 화재 현장에서 반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운반하고 있다. 2025.9.30/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대규모 국가전산망 마비를 부른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명백한 '인재'였던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대전경찰청 수사전담팀은 국정자원 화재가 작업자들이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절연작업을 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한 과실로 발생했다고 25일 밝혔다.

화재는 무정전 전원장치(UPS) 주전원을 차단한 상태로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경찰은 UPS와 연결된 배터리랙(모듈 묶음) 전원은 차단하지 않은 채 작업한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또 작업자들이 절연복을 입거나 사용 공구에 절연처리를 하는 등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았고, 충전 상태의 배터리를 방전한 뒤 작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특히 UPS 관련 작업 경험이 있는 민간업체 소속 현장 관리자가 배터리랙 전력 차단 등 작업 방식을 미리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기도 했으나, 실제 작업한 업자들은 이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현장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불이 났다는 결론이다. 이에 배터리랙 방전 없이 작업하던 중 총 8개의 배터리랙 중 3~4번 랙 사이에서 최초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 화재가 배터리 열폭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배제한다는 감정 결과를 전달했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재현실험에서는 열폭주와 화재 당시 양상이 확연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재가 정확히 어떤 행위나 이유로 발생했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경찰은 관리감독 소홀 등 화재 책임으로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과 업무 담당 과장, 팀장 등 관계자 4명 및 시공업체 작업자, 감리업체 직원 등 10명을 업무상실화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또 배터리 이전 사업을 수주한 2개 업체가 실제 작업에 참여하지 않고 하도급을 받은 3개 업체가 공사를 주도한 사실을 확인해 업체 대표와 작업자 등 총 10명을 전기공사업법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그중 1명은 업무상실화 혐의도 받고 있어 이번 사건 관련 입건된 피혐의자는 총 19명이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이달 중 마무리하고 이르면 12월 순서대로 사건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 이설 작업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고 불합리한 행정처분에 대해 관련 협회와 정부 부처에 개선안 마련을 권고할 예정이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