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창고 화재 사흘째, 잔불진화 속도…인근 업체 피해 호소(종합)

전기 중단에 반도체업체 수백억 손실 우려…업무 못하고 복구 매달려
소방, 진입로 뚤고 현장 접근…CCTV 영상 확보 화재 원인 조사 착수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사흘 째인 17일 충남 천안 동남구 화재현장에서 소방당국이 굴절·고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잔불 진화를 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발생 사흘째, 밤샘 진화작업으로 큰불을 제압한 소방당국은 잔불 제거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화재 이후 첫 출근한 물류센터 인근 업체들은 전기 중단 등 직접적인 피해에 가슴을 쳤다.

"전기가 끊겼어요"…주변 업체 직접 피해

이랜드 물류센터에 화재가 발생한 지난 15일부터 노심초사하던 반도체 장비제조 업체 임원 A 씨는 화재 이후 3일이 지나도록 복구가 되지 않자 속이 타들어 갔다.

반도체 장비 특성상 항온·항습을 24시간 유지해야 하는데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장비 이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전기가 차단되면서 충격에 의한 손상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A 씨는 "이른 시일 내에 전기 공급이 되지 않는다면 수백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주말 발생한 이랜드패션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주변 피해가 월요일이 되면서 속속 드러났다.

이랜드 물류창고가 위치한 풍세일반산업단지는 164만㎡(약 50만평) 부지에 70여개 업체가 밀집해 있다.

불이 난 이랜드 물류창고는 단지 내 북쪽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주변 피해가 제한적이었지만, 창고와 맞닿은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식품을 제조하는 B업체도 이날 직원들을 쉬게 하고 피해 복구에 집중했다. 식품을 냉장, 냉동 보관해야 하는 저장고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업체 관계자는 "화재 당일 보관 중이던 제품을 급하게 반출해 피해는 최소화했다"면서도 "전기 공급이 재개될 때까지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공단 내 14개 업체가 외벽 손상, 창문 파손 등 크고 작은 피해를 신고했다.

이 밖에도 창고 주변 도로가 통제되면서 월요일 출근길 공단 내 직원들이 불편을 겪었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 내 전기통신이 차단된 지역은 제한적"이라면서 "한전 등과 협의해 이른 시일 내에 피해가 복구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창고 주변 농작물과 아파트 주민들도 피해를 호소했다. 천안시에 따르면 창고 인근 용정리와 심태리의 농가에서 2만 5000㎡(7500평) 규모의 배추밭에 분진이 날아들어 피해를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도 화재 현장에서 발생한 연기와 분진 등이 날아들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화재현장 피해 관련 신청을 받는 등 피해 최소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 이랜드패션 물류센터 화재 사흘 째인 17일 화재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진입로 확보 잔불 정리 속도…화재 원인 분석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천안동남소방서는 이날도 굴절사다리차 4대 등 장비 30여 대와 소방대원 50여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를 시도했다.

전날 중장비를 동원해 진입로를 확보한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이후 처음으로 대원들이 현장에 접근해 진화에 나섰다.

화재 발생 이틀 동안에는 불길이 거세고 건물이 붕괴하면서 잔해물이 켜켜이 쌓여 대원들의 진입이 어려웠다.

소방당국은 전날 굴착기 등 중장비를 동원해 창고 북측 면에 쌓여 있던 잔해물들을 제거해 진입로를 확보했다.

다만, 여전히 화재 현장에는 잔해물들이 쌓여 있고, 붕괴 위험마저 남아 있어 안전이 확보된 경계 지역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잔불 정리와 함께 화재 원인 규명 작업도 착수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창고 내외부 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에 들어간다. 앞서 창고 외부 CCTV를 압수한 경찰은 이날 소방당국이 확보한 건물 내 CCTV 영상 저장장치를 건네받아 포렌식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화재 당시 근무자 등을 상대로 화재 경위 등을 조사해 화재 원인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건물이 무너지면서 화재 원인에 대한 물적 증거는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장 확인이 어렵지만 CCTV 자료와 근무자 진술 등을 통해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라며 "붕괴한 건물 등으로 내부 진입이 어려워 잔불 정리에도 수일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랜드 물류센터는 지난 15일 오전 6시 8분께 발생한 화재로 연면적 19만 3210㎡(약 5만 8000평)의 창고가 불에 타면서 보관 중이던 신발과 의류 등 1100만 장도 전소됐다.

이랜드패션 물류창고 화재 발생 3일째인 17일 충남 천안 화재현장의 붕괴된 건물 사이에서 여전히 연기가 피어로고 있다. 소방당국은 대응단계를 모두 해제하고 화재 진압을 이어가고 있다. 2025.11.17/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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