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연 '성과급' 갈등, 과기계 전반 '제도 부실' 문제로 비화

"연구개발능률성과급, 모든 출연연의 구조적 병폐"

과기연전노조 항우연지부 노조원들이 16일 집회를 열고 내부 성과급 갈등 해결을 위한 정부 개입을 촉구했다. ⓒ 뉴스1 김종서 기자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국가 우주항공 연구개발의 중심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내부에서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노조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단순한 임금 분쟁을 넘어 부실한 제도에 따른 국가출연연구기관 전반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항우연노조는 22일 성과급 갈등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항우연을 비롯한 여러 출연연의 내부 갈등은 단순한 노사 대립이 아니라,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운용되어 온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은 연구과제로부터 직접 발생한 재원으로, 연구활동 기여도를 평가해 우수한 연구자와 연구지원인력에게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이를 행정직 특별성과급으로 전용하는 관행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또 "과학기술계 전반에서 연구수당을 받지 못하는 행정직 보전을 명목으로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사용하는 것은 법령 취지에도 맞지 않는 편법"이라며 "이는 항우연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출연연의 구조적 병폐"라고 강조했다.

항우연노조는 문제의 근원을 과제중심연구제도(PBS)에서 찾았다. PBS는 정부가 단계적 폐지 방침을 공개했으나 구체적인 시행 방식이나 시기, 대체 제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PBS 폐지 수순에서 관련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갈등이 봉합될 가능성도 있으나, 새로운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는 "PBS 제도가 인건비를 과제 수주에 종속시키고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을 간접비로 충당하게 만들어 연구 몰입 환경을 훼손하고 직종 간 갈등을 낳는 구조"라며 "성과급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PBS의 전면적 개혁과 별도의 행정수당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항우연은 어느 출연연보다 명확하고 전형적인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며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이 개혁과 연구몰입 환경 구축의 모범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성과급 갈등은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불균형이 폭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감사에서는 항우연 행정지원 인력의 1인당 평균 성과급이 연구직의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적받은 바 있다. 연구직 임금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정체된 반면, 행정직의 보전 성과급은 관행적으로 유지되면서 불만이 쌓였다는 게 과기계 시선이다.

문제가 된 연구개발능률성과급은 항우연을 비롯한 출연연들이 임금 보전을 위해 지원 인력(행정직)에 대해 일률적으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제1노조인 항우연노조는 사측과 대표교섭을 벌이면서 항우연노조는 지난 6월 시작한 임금 교섭에서 '성과급 규모를 노사 합의로 정하고, 연구책임자 등 수요자 평가로 결정하며, 연구·기술직과 행정직의 임금 테이블을 분리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행정직 중심의 제2노조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항우연지부는 "제1노조의 교섭안은 특정 직종 중심의 차별적 요구"라며 "동료 간 복종 구조를 제도화하는 퇴행적 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2노조는 "항우연의 갈등은 이미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