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센터의 심장은 ‘배터리 안전’이다

배대순 토탈방재 대표

배대순 ㈜토탈방재 대표/뉴스1

(대전·충남=뉴스1) 김태완 기자 = 국가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데이터센터의 안정성은 결국 ‘배터리 안전’에서 출발한다.

리튬이온배터리를 기반으로 한 UPS(무정전 전원장치)는 24시간 끊김 없는 서비스를 위한 필수 장치지만, 효율성과 고밀도의 이면에는 ‘열폭주(Thermal Runaway)’로 인한 화재 위험이 숨어 있다.

국내외 데이터센터와 전력저장설비(ESS)에서 잇따른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는 막대한 재산피해와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졌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열이 발생하고, 과충전·외부 충격·과열 등으로 내부 단락이 생기면 폭발적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이 인접 셀로 확산되면 도미노처럼 전체 배터리실 화재로 번지며, 연소 시 발생하는 유독가스는 인명피해 위험을 높인다.

데이터센터는 고밀도 전력설비가 밀집된 공간이기 때문에 배터리실의 전용 방화구획과 환경 제어가 필수적이다. 방화구획은 최소 1시간 이상 확보하고, 온도 20~25도·습도 50% 이하로 유지되는 항온·항습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한 모듈 간 불연재 격벽 또는 10cm 이상의 이격거리를 확보해 열전달을 차단하고, 온도·전류·전압을 실시간 감시하는 센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소화설비는 전통적인 물분무보다 불활성가스계(IG-541, NOVEC1230 등)가 효과적이다. 불꽃·가스복합감지기나 Li-ion Gas Sensor를 통해 배터리 이상가스를 조기 탐지하면 화재 발생 전 단계에서 대응이 가능하다.

배터리의 두뇌인 BMS(Battery Management System)도 핵심이다. BMS는 셀 단위의 전압·온도·충전상태(SOC)를 감시하며 이상 징후 발생 시 충방전을 자동 차단한다. 여기에 AI 기반 데이터 분석을 결합하면 미세한 열화나 불균형을 조기에 진단해 예방 중심의 유지보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설비만큼 중요한 것은 사람의 관리와 안전의식이다. 운영자는 배터리 모듈의 변형·팽창·누액 여부, 케이블 접속부 과열이나 변색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 발견 시 즉시 모듈 단위로 분리·교체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비상차단 훈련과 모의 화재훈련을 통해 실제 상황에서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소방청의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안전 가이드라인’과 산업부의 ‘ESS 안전관리 강화대책’이 시행 중이지만, 데이터센터 UPS용 배터리는 여전히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전용 배터리실의 화재안전 기준을 별도로 마련하고, AI 감시·자동차단·가스배기 시스템의 의무화 등 구체적인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데이터센터는 1초만 전력이 끊겨도 금융·통신·산업 전반이 멈출 수 있는 시설이다. 효율을 높이되 화재 위험을 제로화하는 길은 설비·운영·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뿐이다.

배터리의 안정성은 곧 국가 서비스의 신뢰성이다. 지금이야말로 데이터센터 산업이 ‘안전’을 미래 경쟁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cosbank34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