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기소 4년…증인신문 절반도 못해

70회 이상 공판 했지만…검찰 신청 증인 107명 중 43명만 신문
검찰청 해체 및 '배임죄 폐지' 방침도 변수…"법적 원칙 시험대"

대전 지방 법원(DB) ⓒ News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문재인 정부 시절 제기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재판이 검찰 기소 후 4년을 넘긴 시점에도 절반조차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이 대전지법에서 70회 이상 공판이 진행됐지만, 여전히 핵심 증인 신문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신청한 증인은 총 107명에 달하지만, 신문을 마친 인원은 43명에 불과하다. 지난 2021년 6월 기소해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같은 해 8월 이후 4년을 넘기도록 증인신문을 절반도 채 마치지 못했다.

일반 형사사건을 통상 1년 이내에 마무리하는 점에 비춰보면 이 사건 재판 절차는 중요도를 따지더라도 매우 이례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법원은 이 사건 재판이 초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한 기일에 여러 증인을 불러 신문하는 등 속도를 내려 하고 있으나, '원전 정지가 정당했는가'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언제 나올지 속단하기 어렵다.

쟁점은 '탈원전 강행'과 '배임' 성립 여부

이 사건 재판의 핵심은 당시 정부 윗선의 외압으로 원전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는지 여부다.

검찰은 '백 전 장관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한국수력원자력과 회계법인을 압박해 원전 이용률 등 핵심 변수를 조정, 경제성을 축소했다'고 주장한다. 백 전 장관이 한수원 이사회를 압박해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을 이끌어내며 한수원에 1481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반면 피고인 측에선 '해당 결정은 정책적 판단 결과일 뿐이고, 평가 변수 조정 역시 에너지 정책 변화에 따른 합리적 과정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기소 전 구속심사차 법원에 출석했던 백 전 장관은 "원전 폐쇄는 국민 안전을 위한 최우선 국정과제"라고 말했다.

공소 유지 어쩌나…검찰청 해체에 '배임죄 폐지' 변수도

이런 가운데 예상치 못한 외부 변수들도 제기되고 있어 초유의 '탈원전 재판' 향배를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검찰은 내년 9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청이 사라지더라도 공소는 유지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혐의 입증을 이어갈 전문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주요 재판 자체가 표류하거나 공소 무효를 둘러싼 법적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 중 하나인 배임죄 존폐도 문제다. 정부·여당이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이 사건 1심 선고 전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피고인들의 혐의 상당 부분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임죄가 사라질 경우 원죄의 부재로 피고인들의 다른 혐의인 교사죄도 성립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대해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이 사건 재판은 검찰과 법원 모두에 큰 짐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단순한 전 정부 인사의 책임 규명을 넘어 법적 원칙을 시험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