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 벽·천장 오르내리며 용접하는 로봇…산업현장 상용화 본격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국내 로봇 스타트업들이 조선소와 도심 현장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끌고 있다.

벽과 천장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산업용 보행 로봇과 강남 도심 속을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보행 로봇이 상용화 무대에 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30일 KA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휴보랩 DRCD연구실 출신 4명이 공동 창업한 로봇 전문 스타트업 '디든로보틱스'는 철제 벽면과 천장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작업할 수 있는 혁신적인 '승월(昇越) 로봇' 기술을 상용화하며 조선업을 비롯한 산업 자동화 시장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

개발한 사족보행 로봇 '디든 30'은 자율주행 기술과 족형 다리 구조, 자석 발을 결합해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위험 작업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선박 건조 현장에 설치된 철제 보강재를 넘는 론지 극복 및 용접 작업 등 테스트를 마쳐 현장 적용 가능성을 입증, 현재 선박 내부의 좁은 출입구를 안정적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기능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부터 용접·검사·도장 등 실제 작업 투입을 목표로 성능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2족 보행로봇 '디든 워커'도 개발 중이며, 향후 조선업 용접 자동화를 위한 상체 매니퓰레이터 탑재도 계획하고 있다.

독자적인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술과 3D 인식 기술을 토대로 작업자 개입 없는 완전 자율 보행 시스템이 완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명현 교수 연구팀 출신 3명이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 '유로보틱스'는 야지를 포함한 실내외 산업 현장에서의 자율보행 기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개발한 제어 기술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강남 도심 인파 속을 자연스럽게 누비는 영상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핵심은 '맹목(blind) 보행 제어기' 기술이다. 카메라나 라이다(LiDAR) 같은 외부 센서 없이 내장 정보만으로 보행을 결정해 낮과 밤, 날씨와 무관하게 안정적 보행이 가능하다.

정밀한 지형 모델링 없이도 로봇이 스스로 지형을 상상하며 걷는 방식으로, 보도블록·내리막길·계단 등 다양한 환경에서 동일한 제어기로 강한 성능을 발휘한다.

유로보틱스는 이 성과를 오는 10월 1일 열리는 국제 휴머노이드 로봇학회 '휴머노이즈 2025'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배현민 KAIST 창업원장은 "학내 로봇 산업이 활발히 성장할 수 있도록 초기 단계부터 밀착 지원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