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포유류에 치명적인 원인 찾았다

IBS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규명

북미형 H5N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전신 확산 기전 규명(IBS 제공) /뉴스1

(대전=뉴스1) 김종서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 연구팀이 북미에서 유행한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포유류에서 치명적인 병원성 병원성을 일으키는 원인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2022년 북미에서 보고된 H5N1 조류인플루엔자는 전신 확산과 높은 치명률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다. 특히 지난해 3월 이후 미국 10여 개 주의 낙농 농가에서 젖소 집단 감염이 확인됐고, 감염된 젖소의 젖에서 바이러스 유전 물질이 검출되면서 모유 전파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같은 시기 고양이 등 다른 포유류뿐 아니라 사람까지 감염시키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며 국제 사회의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H5N1 바이러스가 포유류에 잘 적응하고 치명적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북미형 H5N1 바이러스와 한국에서 확보한 유라시아 계통의 동일 아형 바이러스를 비교해 병원성 차이를 분석했다. 북미형은 페럿 감염 모델 실험에서 7일 이내 100% 치사율을 보였으며, 뇌와 림프절을 포함한 전신 감염을 일으켰다. 또 젖을 분비하는 유선까지 감염이 확산돼 모유 매개 전파 가능성도 확인됐다. 반면 유라시아형은 호흡기 감염에 국한되고 병원성이 낮았다.

연구진은 단일세포 수준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되는지를 추적해 북미형 바이러스가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검출됨을 확인했다. 이어 북미형에서 발견된 두 아미노산 변이를 유라시아형 아미노산으로 바꿔 제작한 바이러스의 감염 실험 결과, 병원성이 크게 약화되고 감염이 호흡기로 제한됐다.

또 바이러스 복제 효율 측정 실험에서 두 변이가 바이러스의 유전체 복제 효율을 높여 포유류 세포 내에서 복제력이 강화됨을 확인했다. 이는 두 변이가 H5N1 바이러스의 포유류 적응성과 병원성 강화를 이끄는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진은 북미에서 보고된 젖소 젖에서의 바이러스 검출 사례를 뒷받침하기 위해 소에서 유래한 유선 오가노이드에 북미형 H5N1을 감염시켜 증식 양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북미형은 유선 오가노이드 조직에서 활발히 증식했으나, 유라시아형이나 변이를 유라시아형으로 바꾼 바이러스는 증식이 제한적이었다.

연구진은 출산한 페럿 감염 모델을 이용해 모유 전파 가능성도 검증했다. 감염된 어미의 뇌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돼 전신 확산이 확인됐으며, 유선에서 증식한 바이러스가 실제로 모유를 통해 새끼로 전파되는 양상까지 관찰됐다. 반면 변이를 제거한 바이러스에서는 이러한 확산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김영일 연구위원은 "H5N1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시켜 전신으로 퍼지고 신경계까지 침투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는 바이러스가 인체의 방어 체계를 오히려 확산의 경로로 삼는 새로운 병리 메커니즘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발간 다학제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jongseo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