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공자 후손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 해고명령"

20일 오후부터 관장실 점거 농성…"역사 왜곡 더 용납 못해"

독립유공자 후손 13명이 20일 독립기념관을 찾아 관장실 입구에 김형석 관장에 대한 해고명령서를 부착하고 농성하고 있다. 2025.8.20/뉴스1 ⓒ News1 이시우 기자

(천안=뉴스1) 이시우 기자

"강제로 끌어내려야겠다는 목적으로 온 거예요."

6·10만세운동을 주도했던 황정환 선생의 후손인 황선건 6·10만세운동유족회 대표는 20일 오후 굳게 닫힌 독립기념관장실 문을 두드리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뉴라이트 인사 김형석 관장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독립기념관에서 광복 80주년을 맞을 수 없어 지난 8일, 여러 독립운동 및 시민단체가 모여 '역사바로세우기 K-장정 국민운동'을 발족하고 김형석 퇴출을 요구했는데 또다시 망언을 쏟아냈다"며 "더 이상 그대로 두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선건 대표는 이날 오후 독립유공자 후손 등 12명과 함께 독립기념관장을 찾았다. 김형석 관장에게 해고 명령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해고 명령서를 작성한 이해석 광복회 서울시지부 대의원은 "민족이 피땀 흘려 쟁취한 광복을 두고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 운운하는 김형석은 더 이상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며 "독립유공자들의 헌신을 기억하기 위해 국민이 세운 성스러운 장소인 독립기념관장은 주권자인 국민에게 임명 및 해고 권한이 있다"고 명령서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전날(19일) 해고 명령서를 전달하겠다고 하니 10여명의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힘을 보태 함께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해고 명령서를 김형석 관장에게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김 관장이 자리를 비우자 관장실 문 앞에 명령서를 부착하고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독립유공자 후손 13명이 20일 독립기념관을 찾아 주권자의 이름으로 김형석 관장에 대한 해고를 명령한다며 관장실을 점거했다. 2025.8.20. /뉴스1 ⓒNews1 이시우 기자

1919년 3월 황해도 안악군 만세운동을 주도하고, 임시 의정원 황해도 의원으로 활동한 김기형 선생의 손자 김호진 씨도 "광복회원들이 독립기념관장과 싸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관장이 물러날 때까지 독립기념관을 지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또 민족문제연구소 천안지회장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참여해 힘을 보탰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독립운동 후손들을 중심으로 '독립기념관장 퇴출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키고 퇴진 운동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다만, 참가자들의 나이를 고려해 이날 밤샘 농성에 참여한 인원은 5~6명으로 축소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끝까지 김형석 관장을 만나지는 못했다. 김형석 관장은 21일에는 국회 정문위원회 예산결산심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편, 이번 농성을 시작으로 21일 오후 4시에는 독립기념관 겨레의 마루에서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참가하는 관장 퇴진 집회가 개최되는 매일 관장 퇴진을 요구하는 정당 및 시민단체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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