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박물관, 희귀 사료로 본 조선 후기…'정려' 운영 실제 공개
금산 회덕 황씨 가문 80년간 청원 기록 등 30여 점 전시
향촌 질서와 지역 유림 사회의 영향력 보여주는 중요 단서 제공
- 이동원 기자
(대전=뉴스1) 이동원 기자 = 대전시립박물관은 조선시대 유교 사회의 핵심 가치였던 ‘효’와 ‘열’이 어떻게 제도화되었는지 보여주는 진귀한 문서를 선보인다.
27일 대전시립박물관에 따르면, 오는 30일부터 ‘박물관 속 작은 전시’의 네 번째 기획으로 조선 후기 정려(旌閭) 제도 운영의 실제상을 담은 ‘정려 포상 청원문서’를 소개한다고 밝혔다.
정려는 국가가 효자 및 열녀를 선정하여 붉은 정문(旌門)을 세우고 표창하던 제도이다. 이는 단순한 유교적 미덕을 넘어 가문과 지역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하였다. 조선은 유교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충(忠), 효(孝), 열(烈)의 삼강(三綱)을 중요 덕목으로 삼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와 같은 교화서를 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후손들이 정려 포상을 청원하며 지역 유림과 협력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번 전시에 공개되는 문서는 충남 금산 지역 회덕 황씨 가문이 1820년부터 1898년까지 약 80년간 제출한 청원서류 30여 점이다. 특히 열녀 임천조씨를 비롯하여 아들 황시화, 손자 황도문, 증손자 황학현까지 총 4대에 걸쳐 ‘삼세효열(三世孝烈)’과 ‘일열삼효(一烈三孝)’를 칭하며 지속해서 정려 포상을 청원한 기록이 포함되어 있다.
이 청원문은 단순한 가족의 청원이 아닌, 지역 유생들의 연명과 금산향교 및 유림 단체의 공동 서명이 함께한 조직적인 청원 양상을 보였다. 이들은 지방 수령을 넘어 관찰사와 암행어사 등 상급 관청에도 직접 청원서를 제출하며 정려 수여를 적극적으로 요청하였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 정려 제도의 실제 운영 과정과 함께 당시 향촌 사회의 효·열 관념, 그리고 지역 유림 사회의 조직적 참여 양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시립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문서들은 조선 후기 유교 윤리관과 향촌 질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정려 제도의 실제 운영 양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희귀 사료”라고 설명했다.
newskija@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









